서해대교 행담도 개발의혹의 윤곽이 뚜렷해졌다. 도로공사가 싱가포르 투자회사와 상식 밖의 사업계약을 맺은 데서 비롯된 의혹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의 개입이 드러나면서 유전개발 의혹과 닮은 꼴이 됐다. 공기업이 정체불명 민간업자와 무리한 사업을 벌이고 대통령 측근이 개입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움직인 흔적 등이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훨씬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권력주변이 은밀하게 힘을 쓴 모습인 유전의혹과 달리 대통령자문기구 위원장이 공공연하게 개입한 사업 역시 온통 허황된 사실이 한층 개탄스럽다. 권력주변과 정부부처와 공기업 등이 한데 얽혀 도깨비 놀음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근본을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작은 섬의 관광단지 개발에 싱가포르 자본유치, 서해안개발 ‘S 프로젝트’, 동북아시대 선도 등의 거창한 명분을 덧붙인 것이 결국 겉치레가 된 사실이다.
싱가포르 투자회사는 일찌감치 빠진 채 브로커 같은 민간업자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사업을 주도했다. 또 사업 실현성이 없다는 객관적 판정이 나온 가운데 업자는 부도 직전이었다. 그런데도 동북아시대위원장과 건교부국장이 해외채권 발행을 도왔고, 이 채권은 국내 공공기관이 모두 인수했다.
이런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문정인 위원장과 관련기관의 행위와 처신이 적절했는지 논란하는 것은 오히려 한가하다. 문제의 근본은 동북아시대위원회가 동북아시대 구현 전략과 정책을 대통령에게 자문할 뿐 아니라, 부처간 협조와 실적 점검까지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관료조직에 기대하기 힘든 창조적 과업을 맡은 위원회가 관료들이 상상할 수 없이 허술하게 무모한 사업에 연루된 사실을 누구보다 대통령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 위원장의 문책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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