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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연애의 목적' 박해일과 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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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연애의 목적' 박해일과 강혜정

입력
2005.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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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가서 키스나 하고 갈래요?” 남자가 노골적으로 ‘작업’을 시도한다. “이 선생님, 앞으로 제 얼굴 어떻게 보려고 그러세요?” 여자는 새침한 얼굴로 쌀쌀 맞게 거부한다.

“아니, 제가 뭘 어찌했다고요… 그냥 같이 자자고 밖에 안 했는데.” 남자는 못 말릴 정도로 더욱 직설적으로 추근댄다. 6월10일 개봉하는 ‘연애의 목적’(감독 한재림)의 한 장면이다.

씩 웃으며 능글능글한 대사를 툭툭 내뱉는 남자는 스물 여섯 살의 교사, 못 참겠다는 말투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 역력한 여자는 스물 일곱 살의 늦깎이 교생이다.

보수적이고 엄숙하기 그지없는 학교에서 만난 남녀의 대화치고는 참 질펀하고 발칙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미소년 얼굴의 박해일이 너무나도 엉큼한 남자 이유림 역을, 당돌하고 솔직한 이미지의 강혜정이 속 모를 여자 최홍 역을 연기한다는 점부터가 뜻밖이었던 영화다. 대중들의 선입견을 깨며 연기 변신을 시도한 두 사람, 24일 오후 시사회 뒤 만난 자리에서 역시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박해일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 봤을 때 느물거리는 이유림이 솔직담백한 성격이라 어렵지 않게 연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편집증세가 있고 자아의식이 강한 캐릭터라 4개월의 촬영 기간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실제 자신의 성격과 맞닿는 부분이 거의 없어 감독에게 ‘구조 신호’를 자주 보냈고, “현장에 잘 어울리는 힘있는 배우”라고 그가 칭찬하는 강혜정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촬영 현장스태프 들의 경험담들도 들었다. 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턱과 코밑에 까칠하게 수염도 길렀다. “특별히 연기의 모델로 삼은 대상은 없어요. 촬영장에서 제가 대사를 던졌을 때 감독님이 괜찮다라고 말하는 대로 인물을 만들어갔습니다.”

강혜정은 ‘올드 보이’나 ‘쓰리 몬스터’에서는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하는 역할을 연기했으나, 이번에는 감정을 가두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영화 후반부 최홍의 심정 변화를 합리화하기 위해 전반부에서 감정선을 억제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어쨌든 진폭이 큰 극 전개가 그리 황당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박해일과 강혜정의 연기 덕분이다.

보기에 낯뜨거운 대사들이 포스터를 채우고 스크린 속 두 남녀가 거침 없는 애정행각을 벌이지만, 영화가 한없이 가볍진 않다. 밀고 당기며 연애의 결실을 맺을 것 같던 두 사람이 예견치 못한 파국을 맞이하는 지점에서 감독은 사랑의 실체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농도 짙은 웃음과 눈물로 영화를 이끌어 가는 두 남녀가 생각하는 영화 연애와 그 ‘목적’은 무엇일까. “서로 교감을 나누고 싶어하는 것이 연애다. 그래서 대화가 중요하다” 는 박해일은 “남녀가 끌려서 미치도록 사랑하고, 웃고, 상처 입고, 그런 과정을 겪고 싶은 것이 연애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강혜정도 결국은 비슷한 얘기를 했다. “연애의 목적이나 도달점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서로 사랑하며 희로애락을 느끼고 또 성장하는 거니까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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