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0시 5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조사실로 향하기에 앞서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정면돌파 승부수’라고 말했으나, 이 의원은 ‘유전사건 개입 의혹’을 벗어 던질 기회로 삼고 있는 듯했다.
검찰은 이 의원 주변을 저인망식으로 훑어왔지만 이 의원의 개입을 증명할 뚜렷한 물증을 잡지는 못한 채 수사가 종착역에 다다른 상황이다. 현재로선 이 의원의 신분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에 앞서 (의혹을 추궁할) ‘무기’를 모두 드러낼 수는 없지 않느냐 ”고 말해 이 의원의 개입의혹에 대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검찰 “정면으로 부딪혀보고 방향설정”= 약 2주 전까지 검찰 수사는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당시 철도청장)까지 구속시키며 거침없이 진행돼왔다.
유전사업을 철도청에 제안한 전대월 전 코리아크루드오일(KCO)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이 의원의 선거참모에게 8,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및 청와대 행정관이 유전사업을 보고 받은 사실 등을 밝혀냈다.
그러나 수사는 이 의원을 목전에 두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김 전 차관이 이 의원의 개입을 부인하며 아직까지 입을 꽉 다물고 있고, 이 의원의 소개로 전씨를 만나 유전사업을 함께 주도한 허문석씨도 인도네시아로 도피해 연락이 끊겼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8,000만원 중 일부가 이 의원에게 전달되었는지, 전씨와 김 전 차관 그리고 이 의원의 비서관 등이 이 의원에게 유전사업에 대해 보고했는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아왔다.
하지만 검찰은 만족할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었고, “정면으로 부딪혀 보고 방향을 설정하겠다”며 이 의원을 소환했다. 검찰은 이 의원 조사내용을 토대로 허점을 짚어 보강조사를 한 뒤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 이 의원 사법처리 가능할까 = 이 의원은 이날 검찰에 나와 “내가 유전사업 관련자들을 만났느냐 안 만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말이었지만, 한편으로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유전사업이 추진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불법적으로 직접 개입한 적은 없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이 의원이 유전사업 추진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 자체가 사법처리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공기업의 사업추진 현황을 알고 있거나 전문가를 소개한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전씨 등 민간업자가 정치권력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이 의원에게 줄을 대려 했다고 해도 이는 이 의원의 혐의와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이 의원이 최소한 유전사업 추진 사실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법처리와는 별개로 ‘거짓말’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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