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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한 글쓰기/ 모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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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한 글쓰기/ 모옌 인터뷰

입력
2005.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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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모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소설 ‘붉은 수수’(紅高粱)와 ‘술의 나라’ 등으로 잘 알려진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50)은 지난해 작고한 소설가 이문구처럼 철저하게 고향에 귀의한 작가다. 진절머리 나는, 가난하고 척박한 유년기를 보낸 그는 1979년 인민군에서 제대한 뒤 그토록 떠나고 싶어했던 ‘고향’에 새롭게 눈뜬다. 그로부터 고향의 방언과 전설, 드넓은 평원과 그곳에 사는 민중들의 힘을 빌어 재미난 이야기들을 써오고 있다.

이름처럼 말 없기로 정평이 난 그지만 “한국에 와보니 이웃집에 온 것 같다”고 서두를 뗀 그의 소감은 길고도 길었다. “역사적으로 중국 문화가 한국에 영향을 미쳐왔지만 지금은 거꾸로입니다. 한국 전자제품이나 한국 연속극 등은 중국 여러 지방에서 영향이 대단합니다. 일반 국민들, 특히 젊은 학생들이 한국문화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요.”

_ 그런 한국 문화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중국에서는 ‘한국인의 정신력’에 대한 연구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97년 IMF 구제금융 때 일치단결해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본의 군국주의 형태의 단결심과 한국의 민족주의적 단결심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국토가 작지만 정신력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풍부하다. 한국이 이렇게 부흥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택이다. 한국 연속극 외에 앞으로 한국의 본격소설과 시도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

_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이 한국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분명한 건 ‘고구려’가 현재의 중국 동북성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개인적 의향을 말하라고 하면, 고구려의 문화는 한국 문화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한국 역사로 기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_ 소설 ‘붉은 수수’와 희곡 ‘패왕별희’(1997) 등의 작품을 통해 일제의 침략과 만행을 고발했다.

“붉은 수수’는 내 고향 마을을 침략해 백성에게 큰 상처를 입힌 일본군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썼다. 그러나 군국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일본정부와 선량한 보통의 일본인들은 구분해야 한다. 신사 참배나 교과서 날조 등은 이해할 수 없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전범들이 묻힌 신사를 참배하는 건 나라의 정책과 방향을 암시하는 것이다.”

_ 작품에 늘 고향 산둥성(山東省) 뚱베이샹((高密縣 東北鄕)이 등장한다. 고향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붉은 수수밭’도 고향의 민담에 뿌리를 두었고, 다른 장편들도 고향의 창과 연극을 원천으로 삼았다. 유년기의 생활은 작가의 품격을 이룬다. 그래서 유년기를 보낸 고향이 작품의 배경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내 작품 속 고향은 실재와는 거리가 있다. 작가가 묘사하는 ‘고향’은 사상과 이념, 상상력이 녹아있는 ‘새로운 고향’이다.”

_ 저항시인으로 알려진 베이다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ㆍ사회 문제에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게 아니냐는 평도 있다.

“‘술의 나라’를 읽고 중국의 사회ㆍ정치적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비판의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분석해주면 고맙겠다. 중국 고서인 ‘산해경’처럼 환상적인 이야기도 가미한 ‘술의 나라’는 혼미한 중국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술의 나라’는 비판주의 소설이다. 어떻게 술을 통해 타락하고 위안을 받는지를, 인간 관계를 의미 있게 만드는 술의 본질이 부패한 관리들에 의해 왜곡되는 현상을 그렸다. 청대 말기 부패한 관리들을 그린 ‘탄샹싱’(檀香刑)이란 소설에 대해 어느 평론가는 ‘소설에 민중의 통곡이 깃 들어있다’고도 했다.”

_ 중국 문단의 현재와, 한국문학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해 달라.

“중국은 농촌 풍경을 그리거나 농촌을 무대로 한 작품이 많다. 역사 문제를 다룬 소설도 많다. 49년부터 오늘날까지 중국문학의 특징은 대도시의 일상생활이나 권태를 그린 작품이 성공하는 예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한국 단편소설을 몇 권을 읽었는데 대도시의 일상생활과 갈등 묘사에 뛰어난 것 같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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