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외교전쟁을 지켜보면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구촌의 강대국을 자부하는 두 나라의 외교 행태는 공존이 아닌 공멸의 외교,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양국의 외교전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것이다. 중국은 야스쿠니 문제를 내세워 23일 일본 총리와 예정된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무슨 복안이 있었겠지만 국제사회로부터 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문제의 당사자인 고이즈미 총리의 대응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의 주장대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몰자를 추도하고,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맹서를 하기 위해 참배하는 것’을 다른 나라가 참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침략전쟁의 상징인 전범을 합사한 곳을 참배하며 그런 명분을 내세우는 것은 더욱 더 잘못이다.
그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상대방을 무시하고 농락하고 있다. 한마디로 양국은 서로에 대한 예의를 무시하는 매너 실종의 외교, 강대강(强對强)외교, 진흙탕 외교를 주고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도쿄대에서 행한 강연에서 “한중일 3국은 협력하면 협력할수록 이익이고, 싸우면 싸울수록 손해”라고 호소한 바 있다. 한중일 3국의 관계 개선이 이 지역 평화와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명제는 이미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은 더 이상 악화되기 전에 외교전쟁을 멈추어야 한다.
해결책은 제시돼 있다. 일본이 2001년 누구나 부담없이 참배할 수 있는 별도의 추도시설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면 된다.
김철훈 도쿄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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