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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비명대신 손에 땀이… '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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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비명대신 손에 땀이… '링2'

입력
2005.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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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디오테이프를 소재로 한 ‘링’은 일본에서만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유령이 TV브라운관 밖으로 나오는 장면은 일본 공포영화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링’은 2002년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만들어져 북미 지역에서만 1억2,909만 달러를 벌어 들이며 ‘그루지’와 ‘다크 워터’ 등 일본 공포영화 리메이크 붐도 일으켰다.

전편의 성공을 등에 업고 만들어진 할리우드판 ‘링2’는 원조 감독 나카다 히데오에게 메가폰을 맡겨 공포의 원형을 되살리려고 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 말할 수 있다.

시애틀에서의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골마을로 이사 온 레이첼(나오미 와츠)은 아들 에이단(데이빗 도르프만)과 새 삶을 준비한다. 그러나 끝난 줄로만 알았던 비디오테이프의 저주는 여전히 그들을 따라다닌다.

우물에 갇혀 죽은 원혼 사마라는 에이단의 몸 속에 들어가려 하고, 주변 사람들은 영화 ‘스크림’의 가면을 연상시키는, 겁에 질린 얼굴로 죽어간다.

심령 공포물답게 ‘링2’는 사람을 난도질하는 ‘슬래셔 무비’나 피가 흥건히 스크린을 적시는 ‘하드고어’와는 궤를 달리한다. 관객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며 직접적인 두려움을 유발하는 잔기술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정체 모를 초자연적인 존재가 한 발자국씩 다가서며 만들어내는 공포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때 까지 불안감을 유지하며 관객의 심장을 압박한다. 그러나 레이첼이 강한 모성애로 아들을 보호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원조 ‘링2’ 보다 공포의 강도는 약하다.

대신 드라마의 힘은 강해졌다. 레이첼이 사마라의 과거를 파헤치는 과정도 공포 영화라기 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순간순간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화면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적잖이 실망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3월18일 개봉, 첫 주말 3,6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 전편의 두 배를 뛰어넘는 흥행성적을 올렸다. 6월3일 개봉.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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