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도 좋고 민주주의도 좋지만 시민단체가 기초생활 문화를 바꾸는 데 앞장서면 어떨까. 무질서한 우리의 생활문화를 보면서 사회적인 캠페인을 통해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생활문화가 창조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본다. 가정의례준칙이 폐지된 뒤 결혼문화부터 장례문화까지 무질서한 부분이 보여 하는 얘기다.
가끔 결혼식 주례를 맡아보면서 씁쓸한 모습도 보고 얘기도 듣는다. 먼저 청첩장 문제다. 경사스러운 일이 남에게는 부담스러운 고지서가 된 지 오래됐다. 정말 가까운 사람 외에는 고지서를 남발하지 말 것을 권한다. 꼭 참석할 사람은 전화로 알려도 참석 할 것이다. 가족과 친지 몇 분으로 결혼식을 갖는다고 초라하다 할 것이 아니다.
혼수도 문제다. 혼수를 넘치게 장만하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요,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 된다. 식구 숫자에 따라 생활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신혼부부에게 처음부터 방이 많이 딸린 아파트에 대형 혼수품을 마련해 주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재산을 늘려가는 기쁨과 환희, 그러니까 그들이 만끽할 수 있는 행복을 빼앗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까 못해주는 것이지 변명은 왜 할까’라는 반박을 들을지 몰라도 나이가 65세 정도 되니까 어릴 적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씩 살림을 장만하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국가정책에 깊이 간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하는 말인데, 축하하는 마음을 꼭 표시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청첩장에 은행 구좌번호를 적어 보내는 운동이라도 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꼭 초청하고 싶은 분을 확인해서 식당을 예약하고 식사대접 준비를 하면 될 것이다. 결혼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시대에 맞는 가정의례준칙은 법이 아닌 생활문화 차원의 국민생활운동으로 시민단체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화장실 청소가 애국”이라고 외치던 도산 안창호 선생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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