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24일 긴급체포됨에 따라 택시노련 비리 의혹사건으로 촉발된 검찰 수사가 한국노총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노총 59년 역사상 비리 혐의로 위원장이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씨가 서울 여의도 중앙근로자복지센터 건립 때 시공사인 벽산건설의 한 하청업체로부터 2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가 “복지센터 건립 당시 시공사로부터 28억원의 발전기금을 받았다”고 발언한 이후 발전기금의 성격에 대해 조사하다 이씨의 개인비리 혐의까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에 대한 체포는 권원표 전 한국노총 상임 부위원장이 23일 벽산건설 등으로부터 2억여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검찰은 권씨 구속 직후 “부위원장이 돈을 받았는데 위원장도 받지 않았겠느냐”며 이씨에 대한 혐의를 포착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일단 개인비리 혐의로 이씨와 권씨를 체포했지만 향후 수사는 이들이 발전기금의 조성과 사용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모아질 전망이다. 한국노총측은 “시공사로부터 발전기금을 받는 것은 2003년 당시 건설업계의 관행이었으며, 이 기금을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사무실을 옮기면서 대출 받은 전세금 이자와 직원 임금 등으로 투명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지도부가 시공사 등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발전기금 역시 이들의 영향 아래 불법적으로 사용됐을 개연성이 한층 높아졌다.
한편 검찰은 한국노총의 자금관리를 총괄한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검거되지 않을 경우 수사 진전이 어렵다고 보고 권씨의 검거에 더욱 힘을 쏟을 전망이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 이남순 전 위원장은 누구
경기 화성 출신인 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1971년 선린인터넷고(구 선린상고)를 졸업한 뒤 조흥은행에 입사했다. 평행원으로 근무하며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은행 근무 10년째인 81년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노동운동가의 길을 걷게 된다.
한국노총 복지사업국장, 금융노련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2000년 5월 제18대 한국노총 위원장에 당선됐고, 2002년 2월 재선에 성공했다. 같은 해 한국노총을 모태로 녹색사민당 창당을 주도, 당 고문을 맡았다. 2004년 4월 제17대 총선에서 사민당이 정당지지율 0.5%에 그치자 한국노총 위원장을 중도사퇴, 현재 한국노총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