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이번엔 망하는 법을 배워보자꾸나”
경기 성남시 낙생(樂生) 고등학교 발명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서재흥(44) 교사는 요즘 ‘대박’꿈에 부푼 동아리 학생들에게 ‘벤처 정신’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다. 1년 넘게 준비해온 교내 벤처기업이 6월부터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학교 발명동아리 ‘에디슨 따라잡기(www.edison21.co.kr)’ 재학생 6명과 졸업생 3명은 지난해 사업자등록을 낸 데 이어, 인터넷사이트(www.someidea.co.kr)를 통해 직접 발명한 과학완구 2, 3가지를 판매할 예정이다. 전선 등 생활소품을 이용해 잠수함, 배 등 다양한 모양으로 바꿀 수 있는 완구로 학습용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
벤처 대표인 졸업생 최재혁(20ㆍ경희대 경영학부)군은 “발명품 판매 외에도 발명 아이디어 상담과 제품도면 작성대행 등을 도와주는 ‘발명 중개업’, 각 학교 발명동아리 학생들을 가르치는 ‘발명 수업’도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창업 자금은 3년 전부터 후원받아 온 중소기업청의 연구개발비 400만원과 성남시 발명지원금 200만원에 개인 투자금을 보태 마련할 수 있었다.
1995년 창설된 낙생고 발명동아리는 전국 규모의 발명대회에서만 200여 차례 입상한 실력파다. 인원은 48명. 과학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학습교구와 기자재를 만들어 수업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출발, 학생 발명부문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2002년 발명진흥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월드 로봇페스티벌’에서는 3위에 올랐다.
그동안 이들이 발명해 출원한 특허가 3건, 실용실안 등록만도 110여건에 이른다. 서 교사는 “방과후 동아리방에 모여 1시간씩 수업과 토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도 탈락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며 “힘든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변리사, 전문경영인, 공학박사 등 진로를 정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별관에 있는 50여 평 동아리방은 머리 속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요술 공장’이다. 각종 공작기계, 공구, 발명품으로 발디딜 틈 없고 특허청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밀링, 선반, 컴퓨터 등 첨단 정밀공작기계까지 갖춰놓았다. 학생들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CAD프로그램을 익히고 전문서적도 뒤적여야 한다.
아이디어가 상품화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가며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서 교사는 “발명이 필요하다고 확신시키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실제 발명품으로 만들어내고 이를 상품화하는 과정을 지켜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 교사는 요즘 창업 전선에 나선 제자들에게 이 말을 꼭 잊지 않고 해준다. “도전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고 실패를 해본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김명수 기자 lec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