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건빵선생과 별사탕’의 나보리(공효진)가 담임을 맡고 있는 3학년 3반은 파란만장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만 있다.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도피성 유학을 한 아이부터 죽은 형의 딸을 기르기 위해 온갖 일을 다하는 아이까지, 교육 관련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을 법한 설정들이 모두 등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들은 가정으로부터 나온다.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건 ‘학교’라기보다는 의지를 가진 교사 ‘개인’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는 교사가 사생활도 없이 아이들의 ‘119’ 신고만 있으면 무조건 달려가는 ‘초인’이 되고, 아이들은 친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특공대’가 된다.
그들은 친구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보리와 함께 도박장을 급습하고, 자선 패션쇼를 열며, 수술을 위해 병원장에게 단체로 읍소한다. 그들이 나서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학교는 점점 변해 간다.
‘건빵 선생과 별사탕’은 그렇게 모든 문제를 개인 차원에 집중하면서 현실의 학교와 완전히 유리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사는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 없이 오직 사랑과 열정만으로 아이들을 위해 뛰어다녀야 하고, 아이들 역시 친구 문제라면 만사 제치고 단결해야 한다.
‘건빵 선생과 별사탕’은 교육 문제에 대해 늘 교사와 아이들 개개인의 인격을 거론하며 무조건 ‘선생다움’과 ‘학생다움’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문제는 지극히 단순해지고, 그 사이 교사와 학생들을 그렇게 내모는 진짜 문제들은 사라진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는 가족 때문에 우는 아이는 있어도 ‘후환이 두려워’ 마스크를 쓰고 두발 자유화 집회에 참여하는 아이는 없고, 학교가 그 모양인 건 모두 교감(조형기)처럼 자기 보신에만 신경 쓰는 교사들 탓이 돼버린다.
물론 드라마에서 현실처럼 진지한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오직 착한 사람의 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결론은 아이들의 감춰진 사연과 얽혀 현실의 학교에 염증을 내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겉보기는 달라도 근본적으로 착한 인성을 가졌다는 시각은 학원드라마의 탈을 쓴 요즘의 몇몇 트렌디 드라마들보다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학교에는 착하고 열정적인 교사와, 우정을 목숨처럼 소중히 하는 학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곳이 학교 아닐까.
하지만 현실의 학교는 아이들에게 친구의 수업 필기 노트를 없애서라도 자기 성적을 올리려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고, 드라마 속의 학교는 교사와 아이들을 ‘해결! 돈이 보인다’ 같은 인생 역전 프로그램 뺨치는 해결사로 만들고 있다. 정말, 이래저래 애들만 고생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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