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리티TV쇼가 사람 잡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쇼에 출연 중인 20대 아마추어 복서가 권총으로 자살한 데 이어 지난 주말에는 영국에서 10대 여자청소년이 방영 2주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리얼리티TV쇼가 출연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17살의 카리나 스티븐슨은 21일 가족과 함께 머물고 있던 영국 북부 브랜튼의 숲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내달 6일 영국에서 ‘히스토리 채널’을 통해 방영될 ‘더 콜로니(The Colony)’에 출연한 스티븐슨은 19일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집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자살로 보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더 콜로니’는 19세기 초 영국에서 호주로 건너 온 정착민들의 고난을 다룬 프로그램으로 6부작으로 제작돼 올 1~2월 호주에서 방영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스티븐슨은 아버지 존(43ㆍ부동산중개업자), 어머니 리즈(38ㆍ교사 보조원), 남동생 타일러(13)와 함께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4개월 동안 19세기의 옷을 입고 농사를 지으며 현대문명의 도움 없이 살았다.
특히 이들 4명은 프로그램 취지에 따라 배고픔, 질병, 궂은 날씨, 향수병 등의 극한 상황을 체험했다. 5개월 전 촬영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온 스티븐슨은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 채팅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자살과 TV쇼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히스토리 채널’측은 연관성을 부인하면서도 “올 9월까지 방영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도 복싱을 다룬 리얼리티TV쇼 ‘컨텐더(Contender)’에 출연한 아마추어 미들급 복서 나자이 터핀(23)이 방영을 3주 앞두고 권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했었다. 리얼리티TV쇼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서바이버(Survivor)’에서도 시니사 사비자(34)라는 출연자가 투표에서 첫 탈락자로 결정된 뒤 방영 2달 전에 자살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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