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기자들과 만난 이해찬 총리는 대학 동창인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와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보도 제한을 전제로 ‘7월 영장류 실험’이라는 연구 일정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이 보도 제한은 한 언론사에 의해 다음날 깨졌다. 이 총리와 황 교수의 인연이 그날의 화젯거리가 됐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이 총리가 교육부총리 시절 추진한 BK21이 이번 연구의 결정적 원동력이 돼 둘 사이가 각별하다는 묘한 분석까지 나왔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 배양 성공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학계보다 정치권이 더 법석이다. 국회는 24일 과학기술분야 우수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황우석 지원 특별법’이다.
이보다 앞선 23일 여야는 “황 교수의 성과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지원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열린우리당은 “법을 개정해서라도 황 교수의 연구를 최대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한나라당도 “황 교수의 업적을 취합, 범국민적인 호응을 얻은 뒤 스웨덴 노벨상 추진 기구에 의지와 자료를 전달하겠다”고 맞장구 쳤다. 청와대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각 기관도 경쟁적으로 황 교수의 연구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에 몰두해온 과학자들에게 정부와 국회의 전례 없는 전폭적 지원 표명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연구 발표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법까지 개정하겠다고 나서는 성급한 정치권에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
좋은 일에 우선 생색부터 내고 보자는 ‘숟가락 얹기’보다 장기적 안목과 지속적 투자가 과학기술 발전에 필요함을 정치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김신영 경제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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