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여학생 A씨는 최근 성적 문의를 하기 위해 학과사무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남자 조교가 과사무실 내의 컴퓨터로 대학정보시스템에 접속해 학과 공용ID를 쳐넣자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해 주소, 전학년 과목별 성적, 상벌내용, 부모 인적사항까지 줄줄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A씨는 조교나 교직원 등이 자신의 개인신상정보를 들여다보고있다는 생각에 불쾌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학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체계를 시정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인권위는 24일 11개 국ㆍ공립대 대학정보시스템 운용실태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 재학생과 졸업생의 개인정보가 적절하게 보호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 서울대 등 8개 대학 총장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시정조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지방 국립대의 한 교수가 “대학에서 운영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이 학생들의 개인정보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진정을 제기하자 서울대 등 국ㆍ공립 11개 대학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벌였다.
인권위 조사결과 11개 대학 모두 대학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이 시스템에는 ▦주민등록번호, 본인주소, 보호자 주소 등 기본정보 ▦전 학년의 과목별 성적 ▦출신학교, 상벌내용, 장학 및 유급 등의 개인정보가 집적돼 있었다. 그러나 이 중 수집 및 이용제한과 정보주체의 권리보장 원칙을 지키고 있는 대학은 강원대 경상대 전남대 등 3곳뿐이었다.
서울대 등 나머지 8개 대학은 재학생 및 졸업생의 개인정보 열람권한을 모든 교수와 조교, 직원들에게 부여하거나 학과별 공용ID를 통해 열람이 가능했다. 이들 8개 대학은 또 열람의 명확한 기준이나 유출방지 장치 마련 등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한 ‘개인정보보호 준칙’도 지키지 않았다.
인권위는 8개 대학에 대해 시정권고를 내리고 교육부장관에게 사립대를 포함한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정보시스템 운영 관련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일반지침을 제정ㆍ시행하고 그 이행실태를 철저히 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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