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고 추운 전쟁터에 평화가 찾아 들 전망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방부 관계자는 25일 히말라야 시아첸 빙하지대(해발 6,700m)로부터의 철군 협의에 들어갔다.
지난달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를 마친 상태에서 이뤄지는 실무 협의다.
두 나라는 이번 철군이 수 십년 동안 이어진 대립의 벽을 거둬내는 역사적인 일이라 자랑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 더 이상 악몽 같은 시아첸에 주둔하기 어렵다는 게 진실에 가깝다. 북극과 남극에 이어 가장 크고, 가장 높은 빙하지역으로 알려진 시아첸은 추울 때는 섭씨 영하 60도까지 내려가 ‘제 3의 극지’라 불린다.
사람이 절대 살 수 없는 곳이어서 양국은 1972년 2차 카슈미르 분쟁 후 국경선을 정할 때 “국경선은 빙하대 북쪽으로 이어진다”며 대충 넘어갔다. 그런데 이 애매한 합의가 사단을 냈다.
84년 인도가 “파키스탄이 이 지역을 자기 땅이라 우긴다”며 강제 점령하자 즉각 파키스탄군이 출병해 전투가 벌어졌다. 두 나라는 이 때부터 150㎞에 이르는 얼음 덩어리 위에 3,000여 명 이상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사령부의 자존심 때문에 병사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003년 이후 눈사태가 무서워 움직이거나 총 한 번 쏘지 않았지만 수 백 명의 군사가 목숨을 잃었다. 파키스탄의 한 예비역 장교는 “사망자의 90%는 눈사태나 저체온증 때문에 죽는다”며 “3개월만 지나면 두통, 식욕감퇴, 저산소증 등 갖가지 질병에 걸린다”고 말했다. 한계 상황을 견디지 못한 병사들은 종종 정신분열을 일으키거나 자살을 한다.
인도의 민간 군사기관은 “이 상태로 군대를 유지하려면 앞으로 5년 동안 인도는 16억 달러, 파키스탄은 4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도는 시아첸의 양국 점유지를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파키스탄은 이곳을 양국이 소유하지 않는 완충지로 삼자고 맞서고 있어 협상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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