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를 야심차게 추진하던 여권이 한국전력에 얽힌 이해 하나를 조정하지 못해 마치 늪에 빠진 듯 오락가락 하는 것을 보면 과연 이 정권이 부르짖는 혁신과 투명성의 정체가 뭔지 절로 의문이 든다.
당초 이달 말까지 확정키로 했던 이전기관과 지역 선정을 내달로 연기한 것은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조정 등 최적의 방안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핵심 노른자위로 부각된 한전을 둘러싼 광역시ㆍ도의 유치경쟁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자 집권당 대표가 나서 서울 잔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이것이 내부적으로 문제가 되자 다시 말을 번복하는 것을 보면 이만저만 혼란스럽지 않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그제 “공공기관 이전의 경제적 효과를 계량화해보니 한전이 여타 기관의 5배쯤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황을 봐가며 한전 이전을 보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최근 “6월 중순까지는 무조건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도 문 의장이 이렇게 얘기한 것은 한전이 옮겨가는 곳을 제외한 모든 광역 지자체의 반발이 10월 재ㆍ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악재가 된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문 의장은 그러나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어제 “한전 이전의 고민을 토로한 적은 있으나 서울에 남기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물러섰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정치적 당리적 고려를 국책사업에 대입하다 보면 그 결과는 누더기가 되고 그로 인해 더 큰 후유증이 따라온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180여개의 공공기관을 핵심기관, 산업특화기능군, 유관기능군, 기타 등 4개군으로 분류해 각각 10~15개의 공공기관을 묶어서 옮긴다는 원칙과 기준을 밝힌 적 있다.
그런데도 마치 한전 이전만 중요한 것처럼 얘기가 진행되는 것은 순전히 정부의 무성의 때문이다. 한전 하나가 아니라 패키지 전체의 효율이 더욱 중요함을 왜 설득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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