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집권 사회민주당(SPD)이 22일 텃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WR) 주 의회선거에서 참패, 1998년 정부 구성이후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충격을 받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내년 가을로 예정된 연방하원선거를 가을로 앞당겨 재신임을 묻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의 지지도로 볼 때 조기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언론들은 슈뢰더 총리의 결정을 “대도박”이라고 부르면서 “축출되기 전에 정치적 자살을 감행한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선거 결과 사민당은 37.1%의 지지를 받는데 그쳐 보수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CDU)의 지지율인 44.8%에 한참 못 미쳤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과 기민련의 연대정당인 자유민주당의 지지율은 6.1%로 동일했다. 야당연합은 이 지역 상원 181석 중 과반인 98석을 차지하고 연방상원 전체의 다수당이 되었다.
특히 도르트문트와 뒤셀부르크 등 도시가 있는 NWR주는 인구의 20%와 주요 제조업이 몰려있는 독일공업의 심장부로, 지난 39년간 사민당이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정치적 기반이었다. 디 벨트지가 선거 결과를 ‘정치적 대지진’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기민련의 앙겔라 메르켈 당수는 “이번 선거는 기업이 되살아나고 독일경제가 다시 꽃피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NWR의 100만 실업자가 우리에게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 당수가 가을 총선에서 독일 역사상 첫 여성총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 Back-Briefing/ 실업자 520만명… '자본주의 논쟁'에서도 패배
독일의 사회민주주의가 기업과 노동계 모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집권 연정은 이로써 최근 선거에서 11연패를 당했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실정이다.
독일의 실업률은 최근 수년간 치솟아 2004년 현재 주요 유럽국가 중에 가장 높은 12%이다. 실업자 수로 따지면 1932년대 세계 대공황 당시 618만 명 이후 최고 수치인 520만 명이다. 건실함을 자랑하던 세계3위의 경제대국이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것이다.
사민당은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슈뢰더 총리는 2003년 세금감면, 노동시장 유연성과 실업수당의 감소 등 복지혜택 축소를 근간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아젠다2010’를 추진했다. 그러나 중도노선을 가미해도 경제는 제자리 걸음을 계속했다.
때문에 사민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본주의 논쟁’을 벌였다. 기업과 외국자본을 공격함으로써 노동계 등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이다. 프란츠 뮌터페링 사무총장은 4월 기업가들을 탐욕스럽게 먹이를 찾아 나서는 ‘메뚜기떼’에 비유했다. 독일 기업들의 순익은 130%나 증가했는데 실업률이 증가한 것은 기업가들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상최대 이익을 낸 도이체 방크가 6,400명을 감원하고 1,200명 분의 일자리는 해외로 이전하면서 경영진의 봉급은 올린 것을 예로 들었다.
이 같은 전략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때 효과를 얻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실용주의와 정통 좌파 노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슈뢰더 총리의 행보에 결국 사민당 지지자들은 실망했다. 중도 좌파지 쥐트도이체 차이퉁 조차 사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같은 틈새를 경제성장을 통한 경제회복을 표방한 기민련이 파고들었다. 독일 유권자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장을 가동해줄 세력으로 보수파에게 눈을 돌리면서, 유럽의 정치지형도 크게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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