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회민주주의가 기업과 노동계 모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집권 연정은 이로써 최근 선거에서 11연패를 당했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실정이다.
독일의 실업률은 최근 수년간 치솟아 2004년 현재 주요 유럽국가 중에 가장 높은 12%이다. 실업자 수로 따지면 1932년대 세계 대공황 당시 618만 명 이후 최고 수치인 520만 명이다. 건실함을 자랑하던 세계3위의 경제대국이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것이다.
사민당은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슈뢰더 총리는 2003년 세금감면, 노동시장 유연성과 실업수당의 감소 등 복지혜택 축소를 근간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아젠다2010’를 추진했다. 그러나 중도노선을 가미해도 경제는 제자리 걸음을 계속했다.
때문에 사민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본주의 논쟁’을 벌였다. 기업과 외국자본을 공격함으로써 노동계 등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이다. 프란츠 뮌터페링 사무총장은 4월 기업가들을 탐욕스럽게 먹이를 찾아 나서는 ‘메뚜기떼’에 비유했다. 독일 기업들의 순익은 130%나 증가했는데 실업률이 증가한 것은 기업가들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상최대 이익을 낸 도이체 방크가 6,400명을 감원하고 1,200명 분의 일자리는 해외로 이전하면서 경영진의 봉급은 올린 것을 예로 들었다.
이 같은 전략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때 효과를 얻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실용주의와 정통 좌파 노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슈뢰더 총리의 행보에 결국 사민당 지지자들은 실망했다. 중도 좌파지 쥐트도이체 차이퉁 조차 사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같은 틈새를 경제성장을 통한 경제회복을 표방한 기민련이 파고들었다. 독일 유권자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장을 가동해줄 세력으로 보수파에게 눈을 돌리면서, 유럽의 정치지형도 크게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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