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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12명 '갱'의 조용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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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12명 '갱'의 조용한 반란

입력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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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인준을 둘러싼 미 공화ㆍ민주당의 대립 속에서 타협을 시도하고 있는 상원의원 12명에게 워싱턴포스트는 ‘갱’이란 호칭을 달았다. 당 지도부의 뜻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항명의 ‘무리’라는 뜻일 것이다.

미 상원에는 지금 ‘핵 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연방 법관 인준안이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의사진행방해)로 저지되자, 다수당인 공화당 지도부가 아예 필리버스터를 제한하는 ‘핵무기 옵션’을 들고 나왔다. 법관 인준에 한해 필리버스터를 저지하는 데 필요한 의석을 60석에서 51석으로 낮추기 위해 상원 규칙을 고치자는 제안이다.

200년 동안 소수당이 다수당을 견제하는 장치로 기능해온 필리버스터를 일시에 무력화할 수 있는 이 가공할 무기의 사용에 대해 논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거세게 반발하면서 표 대결에 대비하고 있다.

당의 기율이 비교적 느슨한 미국이지만 정치적 핵무기가 동원될 정도의 극단적 대립 속에서 의원들이 당명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12명의 갱들은 타협의 돌파구를 찾아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항명을 선택했다. 의원의 자율을 중시하는 의회 전통이 민주적 절차의 숨통을 트게 하고 있는 셈이다.

열린우리당 혁신위원회가 의원 총회 참석 인원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강제적 당론’으로 정해 이를 따르지 않는 의원을 징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항명의 싹을 도려내려는 발상이다. 이런 토양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할까. 의원의 자율성을 가두기에 급급한 우리 정당에 미 상원 갱 12명이 감행하는 조용한 반란의 의미를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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