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이던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가 23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의 회담을 취소한 채 급거 귀국해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대사관을 통해 우이 부총리가 ‘긴급의 공무가 발생해’ 일정을 하루 단축해 귀국한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우이 부총리와 고이즈미 총리의 회담이 전격 취소됐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에) 좋은 기회였는데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나는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는데 (왜 회담을 취소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 같은 우이 부총리의 급거 귀국은 많은 억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반일 시위 이후 모처럼 관계 개선을 꾀하는 것처럼 보였던 양국간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은 틀림없다. 중국측이 회담을 취소한 것은 고이즈미 총리가 최근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 발언을 재개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우이 부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참배 중지를 요구할 경우 고이즈미 총리가 ‘내정간섭’이라고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이 중국측에 들어간 것 같다”고 밝혀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일본 외무성 고위 관료들은 “(회담 취소) 이유를 (중국측이) 설명해야 한다. 최소한의 국제 매너를 지켜야 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이치(愛知) 만국박람회 참석차 17일 일본을 방문한 우이 부총리 24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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