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정보기술(IT)업종의 시장 주도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안정성이 돋보이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는 가운데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크게 늘어나 체력 면에서 유가증권시장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23일 유가증권시장이 950선의 저항에 부딪쳐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코스닥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바닥 탈출을 주도한 IT업종이 과거와 달리 시장 전체의 상승세를 주도할 정도로 강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IT를 제외한 다른 업종 역시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만 그쳤을 뿐, 거래 부진이 지속되면서 강한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의 경우 최근 지수 흐름은 유가증권시장과 유사하지만, 거래와 수급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4월 말을 저점으로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거래대금 회전율도 크게 높아졌다. 더욱이 지난해 4월 이후 거의 1년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중립적 입장을 보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2월부터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아섰다. 이후 누적 순매수 규모가 4,160억원에 달한다. 이는 외국인들이 3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1,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양종금증권 이현주 연구원은 “과거 IT와 인터넷 등 특정 업종과 종목에만 치우쳤던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업종별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이 정점에 달했던 2월 이후 외국인들이 하락장에서도 꾸준히 코스닥 종목을 매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코스닥 랠리를 주도했던 테마주의 거품이 걷히면서 우량주의 가격까지 동반 하락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단순히 고점 대비 낙폭이 컸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적과 성장성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 시장 흐름에 관계 없이 ‘가치 투자’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요즘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NHN 등 업종 대표주, 에이블씨엔씨와 같은 성장성을 갖춘 새내기주, 엔터기술 등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따라서 이현주 연구원은 “실적 호전이 예상되며 기관과 외국인 매수 등으로 수급상 우위를 확보한 코스닥 틈새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대신증권 함성식 연구원도 “코스닥의 경우 당분간 거래량 증가와 함께 470선 돌파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스닥 우량주와 중소형 종목군을 중심으로 비중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기관과 외국인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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