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운이 작용하는 사행성 게임으로 보느냐, 실력이 좌우하는 운동으로 보느냐에 따라 법원이 억대 내기골프에 대해 유ㆍ무죄의 엇갈린 판결을 내려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현용선 판사는 23일 국내외를 오가며 억대 내기골프를 친 혐의(상습도박)로 기소된 전모(47)씨 등 3명에 대해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골프가 어느 정도 실력에 의해 좌우되는 건 사실이지만, 게임 당시 컨디션이나 기타 우연적 요소도 개입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내기 금액ㆍ횟수 등에서 사회적 허용 한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골프에 대해서는 도박죄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는 또 다른 억대 내기골프 피고인들에게 “우연이 승패를 판가름 내는 화투나 카지노 등과 달리 골프는 전반적으로 실력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도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도박에 대해서는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라는 학설이 우세하다. 대법원도 그 동안 골프 승패의 우연성을 인정, 내기골프를 유죄로 판단해 왔다.
법원 관계자는 “승패의 우연성이 도박죄를 인정하는 주요 근거지만, 사회통념도 무시할 수 없다”며 “사행심 때문에 재산을 잃거나 근로의식이 저하되는 등 사회적 부작용을 예방하려는 입법 취지에 따라 우연성 외에 판돈의 규모, 참여자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형법(246조 1항 단서)에서도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내기에 대해서는 도박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같은 내기골프라도 흥미 위주의 오락성이 우선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씨 등은 지난해 3~4월 국내와 태국 등지의 골프장에서 각자 핸디캡을 기준으로 높은 타수를 기록한 사람이 낮은 타수를 기록한 사람에게 타당 50만~1,000만원을 주는 방식으로 14차례 내기골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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