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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부유한 미국, 가난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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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부유한 미국, 가난한 청년

입력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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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악관은 4월 취업자가 27만4,000명이라는 보고를 받고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많은 숫자라는 데 흥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취업률은 극히 저조하다. 이런 대단치 않은 수치에도 감격해 할 정도다. 그렇다고 언론의 호들갑에 현혹돼선 안 된다. 미국의 인력, 특히 젊은 인력이 우울한 취업 전망으로 좌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스이스턴대 노동시장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미국 10대의 취업률은 36.3%를 기록했다. 이것은 10대 취업률을 조사하기 시작한 1948년 이래 최저치다.

20~24세 젊은이들 역시 빈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00년의 경우 평균 취업률은 72.2%였지만 작년에는 67.9%로 떨어졌다. 최근 취업률이 높아졌다지만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지난 4년 간 취업률이 증가한 것은 막 이민 온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은 덕분이지 젊은 인력이 고용된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잘 나간 것은 55세 이상 인력이었다. 앤드류 섬 노동시장연구소장은 이 상황에 대해 “청년 실업자들은 짜부라진 것”이라고 요약한다.

정치가들이 뭐라고 설명하든 간에 명백한 것은, 실업자는 수백만 명이나 되는데 일자리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직장을 구한다 해도 받는 임금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니 문제가 크다.

여기에다 취업한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력이 일터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생산 실적이 늘어나도 이익의 분배를 요구하는 데 자신 없어 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말 한 마디 못하고 임금 인하를 감내하는 상황까지 생겨나고 있다.

청년 실업자들은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다. 시카고의 경우 2004년 10대 흑인 청소년 중 취업자는 10명에 1명꼴이었다. 일리노이에서 고교 중퇴자 중 취직한 사람은 3명에 1명도 안 된다. 4월 취업한 27만4,000명은 노동 가능 인구의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치다.

섬 소장은 “경기가 성장하고 생산량이 늘고 있지만 이익의 분배 문제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게 맞는 설명”이라고 말한다.

청년들은 특히 일자리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어 부모 세대의 청년 시절보다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다. 섬 소장은 현재 1가구 평균 소득 수준을 30년 전과 비교한 결과, 전 세대 소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구가 3분의 2에 이른다고 밝혔다.

오늘날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경우 1970년대 대학 졸업자보다 잘 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반대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가장인 경우 2004년 실질소득은 1973년보다 낮았다. 고교 중퇴자는 25%, 고교 졸업자는 15~20%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고 섬 소장은 말한다.

세계화라는 것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희망찬 얘기로 여겨졌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큰 수혜로 보였다. 생산성의 증가는 생활의 수준이 높아지는 데 필수적인 수단으로 비쳐졌다.

미국은 부와 권력이 위험할 정도로 집중된 나라다. 그런데 이 나라의 고용주는 풍요로운 혜택을 받는 반면 노동자들은 무력하다. 법률가 루이스 브랜다이스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가질 수 있다. 혹은 소수의 손에 집중된 거대한 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밥 허버트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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