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미친 듯이 몰아쳤다. 3m를 훨씬 넘는 파도가 뱃전을 때렸다. 영국 웨일스 포스콜 해안 구조대의 조타수 에일린 존스(42)씨가 이제껏 싸워 온 바다 중 최악이었다. 포말 사이로 엔진 고장으로 좌초된 어선 고워 프라이드호가 눈에 들어왔다. 배 위에는 어부 둘이 피 흘리며 신음하면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악전고투 끝에 구조선을 어선 가까이 댔다. 견인용 밧줄을 던졌다. 밧줄이 간신히 닿으려는 순간 파도가 덮쳤다. 조타수와 대원 셋을 태운 구조선과 어선이 부딪칠 위기였다. 순간 존스씨는 키를 획 돌렸다. 구조선이 어선을 스치듯 비켜났다. “간격을 유지할 테니 가서 작업을 계속해요.” 존스씨는 침착하게 외쳤다. 대원들이 튜브를 던지고 어부들을 끌어내리는 동안 구조선과 어선 사이는 더 이상 벌어지지도 좁혀지지도 않았다.
작년 8월 24일 영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해난 사고 구조 스토리이다.존스씨가 바로 이 공로로 지난 19일 영국 국립구명기구(RNLI)가 수여하는 올해의 ‘용감 메달’을 받았다. 여성이 RNLI 메달을 받는 것은 117년 만에 처음이다. 1888년 맨섬에 좌초된 범선을 구조한 앨런 블리스와 윌리엄스 월러스 이후 존스씨가 처음이다. RNLI는 “존스씨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탁월한 리더십, 조종 기술과 함께 헌신과 용기를 발휘했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존스씨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보다 가족들이 자랑스러워 한다”며 기뻐했다. 유치원 교사 시절 결혼한 남편 스티브도 포스콜 구조대의 고참 대원이며, 17살 된 딸도 최근 구조대에 합류했다. 13살 난 아들도 장래 희망이 구조대원인 ‘구조대 가족’이다.
존스씨는 1994년 포스콜 구조대 자원봉사자로 출발해 이듬해 정식 대원이 되었고 99년에 마침내 꿈꾸던 조타수가 됐다. 조타수는 구조선을 총지휘하는 역할이다. “아직도 고워 프라이드호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우리의 한계가 어디인지 시험한 날이었지요. 있는 힘을 다해 싸웠고 어부들을 안전하게 구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이언 앤더슨(36), 토니 샐터스(30), 샤운 손리(35) 대원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었던 일이지요.”
팀원 셋도 19일 런던 바비컨센터에서 에드워드 왕자에게 메달을 받았다.
구명기구는 영국과 아일랜드에 구조대 233곳을 운영하고 있다. 유급 직원은 230명이지만 자원 대원이 4,500명(여성 387명)이나 된다. 작년에 모두 7,656회 출동해서 7,507명을 구조했다.
김지영 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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