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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간 뇌의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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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간 뇌의 다운로드

입력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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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5년 작 공상과학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는 기술 발전과 인간의 운명에 관한 형이상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2029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는 인간의 뇌에서 다운 로드된 영혼(ghost)들이 등장한다. 한 인간의 기억과 마음이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고스란히 복사돼 사이버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것이다.

영화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의식과 영혼 복사까지 가능해진 세계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갖는 이해, 즉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 뇌와 컴퓨터가 회로로 직접 연결돼 뇌속의 정보가 컴퓨터로 흘러나오고 컴퓨터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을 전뇌화(電腦化)라고 한다. 전뇌화 단계에 이르면 우리는 따로 영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

영어라는 언어체계 프로그램을 우리 뇌의 언어영역에 복사하면 그만이다. 요즘 생체 컴퓨터 기술이 신경세포와 실리콘 칩을 연결시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한 상황이니 이런 일이 전혀 허황된 상상에 그칠 수는 없게 됐다.

▦ 영국 가디언지 일요판 옵서버 22일자는 통신그룹 브리티시텔레콤의 미래학 팀장인 이언 피어슨 박사를 인용해 2050년쯤 인간 뇌의 다운로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피어슨 박사에 따르면 그 때쯤이면 사람이 죽더라도 두뇌 속 기억과 정서를 슈퍼컴퓨터에 내려 받아 저장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오랜 소망, 즉 몸은 죽어도 정신과 의식은 살아 남아 영생불멸을 누리는 일이 실현되는 것이다. 물론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이나 영생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성과에 대해 세계 언론들의 극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황 교수의 연구성과는 그만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배아복제 줄기세포연구는 필연적으로 인간복제로 이어져 인간과 생명의 의미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철학자 이정우는 ‘기술과 운명’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 때문에 새로운 위험에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인간의 운명이다”고 했다. 기술 발전에 동반할 암울한 인간의 미래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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