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마켓)은 동물이나 다름없어서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금리도 수시로 움직이고 돌발 사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제금융 시장의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해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지 모른다. “기관의 신용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국내 금융인 가운데 조달(펀딩)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꼽히는 홍성욱(55) 한국수출입은행 이사는 ‘동물론’으로 조달의 어려움을 표현한다. 시장은 늘 변하기 때문에 타이밍이나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시라도 한 눈을 팔면 안 되고 노력이 없으면 수확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 결과, 그는 최근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 유로머니의 자매지인 ‘이머징마켓’의 ADB 특집호에서 ‘베스트 펀딩 오피셜’ 분야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3개 분야의 시상에서 기관이 아닌 개인이 수상을 하기는 홍 이사가 유일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과 애널리스트들의 설문결과를 토대로 상이 주어진 것이라 그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최근 이사로 승진한 그가 국제금융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뤄낸 성과는 혁혁했다. 지난해 2월 외환위기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을 상대로 미화 1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글로벌 본드를 발행하는데 성공했고, 4월에는 증액 발행(리오픈)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3억4.000만 달러를 추가 발행했다.
특히 올 3월에는 외환위기 이후 장벽처럼 여겨졌던 ‘리보+30bp(1bp=0.01%)’(5년물), ‘리보+40bp’(10년물) 보다도 3~4bp 낮은 수준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GM과 포드의 정크본드 수준 몰락 등으로 세계 채권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홍 이사의 성과는 ‘타이밍의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80년 수출입은행에 입행해 평생을 국제금융 분야에 몸 담아온 홍 이사는 “국내 조달자들이 투자자 저변을 늘리고 기관 홍보(IR)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그것이 결국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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