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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자기 표현을 억압하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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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자기 표현을 억압하는 학교

입력
200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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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사춘기가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기초라는 말이 있다. 한 개인의 고교 시절 경험은 평생동안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내 고교 동창들을 20여 년이 지난 요즘 만나보면, 당시에 이미 성격이나 개성이 형성됐음을 알 수 있다. 그때 매우 건강하고 발랄했던 친구는 지금도 신체적으로 활동적이고, 학구적이던 친구는 지적으로 탁월해져 있다.

사춘기는 매우 어려운 시기다. 이성과의 교제가 시작되며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미래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계획을 짜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로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이들의 독립심과 욕망이 증가된다는 것이다. 옷 입는 것부터 먹는 것, 듣는 음악 등 모든 것이 자기 표현으로 나타난다.

특히 패션이나 화장은 10대 소녀들의 자기 표현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고교생들과 학교 당국 사이에 벌어지는 머리와 관련한 긴장관계를 접했다. 고교 시절 머리를 염색한 친구가 떠올랐다.

남들은 그녀를 볼 때 헤어스타일을 상당히 과시하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녀를 유달리 응시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았다. 그녀만의 자기표현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소녀는 결혼해서 아름다운 두 아이의 엄마이자 변호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똑 같은 원칙이나 두발과 패션을 강요한다면 개인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그런 가이드라인을 따라야만 하며 자율이나 독립심, 자기표현이 희생돼야 한다고 믿게 만든다.

두발의 길이가 한 사람을 훌륭하게 또는 나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개성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학생들은 두발에 관해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그런 위에서부터의 강요가 너무나 강하다. 여자들이 모두 똑 같은 스타일의 패션과 자동차를 선호하는 것은 이런 교육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8년 여 동안 한국에 살면서 교육이 한국의 발전에 많은 부분에서 기여했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기러기 아빠’라는 현상을 볼 때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이 ‘교육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늦은 밤 학원에 가는 아이들을 볼 때 그들이 그 나이에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거친 교육 환경을 피해 선택한 기러기 아빠의 가정 역시 민감한 시기에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학생들은 교육의 단지 한 부분만을 추구한다는 점도 아쉽다. 사람들이 이민을 떠나지 않도록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반드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가렛 키 미국인 홍보대행사 에델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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