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은 사후에 큰 신화가 된 화가다. 일본에 유학한 그는 광복 후 일본인 부인과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못 이겨 폐인이 되었고 마침내 객사했다.
‘소’로 대표되는 역동적인 유화와 가족의 이산, 6ㆍ25전쟁 중의 유랑, 떠도는 가운데 그리움을 담아 쓰고 그린 엽서화ㆍ편지화ㆍ은지화들, 노숙자로서 맞게 되는 비극적 최후 등이 신화의 기둥이다. 분노와 함께 금방이라도 돌진할 듯한 소 그림을 보면 그의 천재적 재능에 감탄하게 되고, 은지화 등에 담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가슴을 저리게 한다.
▦ ‘이중섭 드로잉전’이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시작됐다. 엽서화와 은지화 등 드로잉 100여점이 전시되어 이 천재가 일군 독창적 이미지와 그리움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관심은 전시회보다도, 치열하게 계속되는 위작 논란 쪽으로 향한다. 이중섭의 차남 태성씨는 최근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협회는 그가 그림 위조조직으로부터 부친의 가짜 그림을 넘겨받아 국내시장에 유통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 이중섭 그림 600여 점을 갖고 있다는 소장자가 있었다. 감정협회는 그와 유족이 이중섭 50주기 기념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제시한 그림이 모두 가짜라고 보고 있다. 표현력이 떨어지거나 조악하며 서명도 서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어 보이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제기되는 자리에서 태성씨 일행은 터무니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인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그들의 표정에서도 진정성이 엿보였다.
▦ 이중섭의 그림이 과연 그렇게 많으며, 왜 그림 수준이 떨어지느냐 하는 의문이 남는다. 최근 태성씨는 도쿄에서 자기가 소장한 부친 그림이 150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촌인 이영진씨가 200~250점을 빌려가 1979년 미도파화랑에서 전시회를 열고 돌려주지 않았다고도 털어놓았다.
이중섭평전들에 따르면, 이중섭이 남겨놓은 그림은 꽤 많다. 또한 같은 화가의 그림 중에 수작도 있고, 타작도 있다. 검찰이 이 문화사적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까? 유족과 화상, 미술사가, 화가, 검찰 등이 모두 힘을 모아 이 중차대한 사건을 기필코 해결하기 바란다. 진실은 가까이 있을 것이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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