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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지구촌 '황우석 연구'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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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지구촌 '황우석 연구' 후폭풍

입력
200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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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성과를 놓고 종교계 등이 우려를 제기하는 가하면, 각국에서 윤리의 족쇄를 풀고 연구 지원을 강화하라는 여론이 고조되는 등 세계적인 후폭풍이 일고 있다.

프랑스 AFP통신은 21일 ‘의학의 혁명인가, 프랑켄슈타인 과학의 태동인가’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과학과 윤리가 두 개로 쪼개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야당과 언론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는 등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인간복제의 놀라운 도약’이라는 22일자 사설에서“정치적 종교적 반대에 발을 묶인 미국 과학자들이 정부 지원 없이 연구하는 동안 치료 목적 복제연구의 주도권이 외국으로 넘어갔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과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가장 온건한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과학자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어떤 규제도 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앞서 트렌트 더피 백악관 대변인은 21일“한국의 연구는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하원이 내주 중 의원 200명이 공동 발의한 줄기세포 연구 금지 완화법안을 심의하기 시작하면 공화당과 보수진영 내부에서 조차 분열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 등이 규제완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정부 생명윤리조사위원회의 입장발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인간에 관한 복제기술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가 급 물살을 탈 조짐이다. 독일정부는 20일 “2년 안에 법적인 틀이 재검토돼야 할 것”이라면서 줄기연구세포 연구를 제한하고 있는 관련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탈리아 교황청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엘리오 그레치아 추기경은 21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인간 배아 줄기세포의 복제는 죄악이며 과학적 윤리에 반하는 행위”라면서 “줄기세포 연구를 옹호하는 이들은 인간복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지만 핵 치환 방식의 배아복제는 분명 인간복제의 전초 기술”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유전공학자 마르크 페느샹스키 박사는 “줄기세포 연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종 간 교접을 통한 배아복제”라며 “인간 체세포의 핵을 돼지의 난소에 주해 배아를 생산할 경우 생성된 개체는 인간유전자뿐만 아니라 돼지 유전자를 받게 돼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잡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21일 '의학의 혁명인가 프랑켄슈타인 과학의 태동인가'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과학과 윤리가 두 개로 쪼개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 유엔 '인간배아복제 금지' 결의안

인간배아복제 연구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세계각국의 물밑경쟁은 치열하다.

유엔이 지난해 11월 인간복제금지협약을 추진하다 정치선언문으로 대체한 것도 몇몇 국가들이 치료용 배아복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구속력이 없는 이 결의안을 놓고도 각국은 찬성 71표, 반대 35표, 기권 43표로 분열됐다.

미국, 독일, 아프리카 나라들은 금지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을 포함 프랑스, 중국, 일본, 캐나다 등은 이에 반대했다. 이슬람국가 들은 기권했다.

일찌감치 법률로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한 영국은 지난해 8월 뉴캐슬대가 신청한 복제배아 줄기세포 실험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또 복제양 돌리를 만든 로슬린 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도 배아복제 연구 허가를 받고 이를 추진중이다.

일본은 지난해 6월 문부성 산하 과학기술회의 생명윤리위원회에서 배아복제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기금이 치료용 배아복제 연구를 지원하지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캘리포니아주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10년간 30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위스콘신주도 생명공학에 7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일리노이주는 줄기세포 연구를 공식 인정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국민투표를 통해 인간배아의 복제는 금지하되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외신=종합

■ 향후 연구 과제는/ 돼지 장기, 사람에 이식 '도전'

황우석 교수팀은 인간배아줄기세포 외에도 여러 가지 연구작업을 하고 있다. 우선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22일 연구팀에 따르면 그 동안 걸림돌이 됐던 면역거부반응 문제가 최근 해결됨에 따라 올해 안에 사람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를 대상으로 최종 점검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 무균 동물사육실에는 사람과 면역체계가 동일한 미니 무균돼지가 50마리 사육되고 있다. 이 무균돼지는 핵을 제거한 돼지 난자에 돼지 체세포 핵과 사람의 면역 유전자를 동시에 넣어 대리모에 착상해 만들어졌다.

돼지가 대상이 된 것은 돼지의 장기 크기가 사람의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 여름부터는 무균 돼지에서 생산한 심장과 폐, 그리고 췌도세포 등을 원숭이 등에게 이식하는 시험을 할 예정이다. 이는 사람에게 이식하기 직전의 최종 점검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미 동물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혈관에 나타나는 급성 거부반응 문제도 세계 최초로 해결했다. 원숭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르면 1, 2년 뒤에는 췌도세포를 시작으로 돼지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는 것을 시도할 예정이다.

황 교수팀의 또 다른 숙제는 세계 최초로 생산에 성공한 ‘광우병 내성(耐性)소’ 에 대한 국제적 검증을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황 교수팀은 2003년 12월 태어난 광우병 내성소 4마리 중 1마리를 최근 일본 쓰쿠바 동물 고도위생 실험실에 보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광우병과 관련된 프리온 단백질을 조작해 생산했기 때문에 광우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하지만 광우병 내성 여부에 대한 검증결과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황 교수팀에게 연구비 및 연구시설비로 지난해 65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는 265억원으로 규모를 늘렸다. 황 교수팀의 이번 연구성과로 정부 지원계획이 재조정돼 대폭적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 난치병 환자·가족들 "이제 희망의 빛 보여"

"10년 넘게 난치병으로 고생했는데, 이제 희망의 빛이 보입니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세계에 주요뉴스로 타전된 후 그 파장과 화제가 주말에도 계속 이어졌다. 가장 반응이 뜨거운 것은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 22일 황우석 교수 후원회 홈페이지(www.wshwang.com) 등에는 휴일에도 불구하고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의 글이 쏟아졌다.

이들의 호소는 시신경질환, 신장투석환자,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 눈 입 등에 염증이 발생하는 베체트병 등 난치ㆍ희귀병에서부터 피부질환, 대머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선천성 녹내장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두고 있다는 한 여성은 "녹내장 환우와 그 가족들은 박사님의 연구 결과가 하나씩 발표될 때마다 가슴 졸이며 기대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다"면서 "언제 실명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녹내장 환우들의 눈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황 교수의 건강과 연구성과의 보안유지 등을 당부하는 글도 쇄도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2월 연구성과를 발표한 이후에만 전세계 난치병 환자들에게서 수천 통 이상의 이메일이 답지하고 있다"면서 "환자들의 애원과 호소는 연구팀이 각오를 다지는데 큰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연구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나 아직 임상에 들어갈 수준은 아니다"라며 "꾸준히 연구한다면 미래에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학계의 황 교수 '모시기' 경쟁도 휴일을 잊은 채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황 교수는 "연구 성과 발표 직후인 20일 하루에만 해외 학회로부터 20여건의 초청 메일이 들어왔다"며 "초청 받은 학회를 모두 다 가면 연구를 중단해야 할 지경이라 꼭 필요한 학회만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까다로운 문제가 상당수 해결된 만큼 이제부터는 실제 임상에서 사용될 수 있는 상용화 기술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각계 각층에서 보내준 관심에 크게 감사하지만 이제부터는 다시 언론 출연 등은 사양하고 연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일부 언론의 엠바고 약속 불이행에 따른 불이익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팀의 논문이 사이언스지의 커버 스토리로 게재될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는 " 어제만 해도 사이언스측이 논문 게재에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얘기했지만 22일 최종적으로 논문 게재에 불이익이 없다고 통보해 왔다"며 "논문의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사이언스측에서 표지논문 디자인을 요청해 와 제출한데다 다른 불이익이 없다고 한 만큼 조만간 발간되는 논문의 표지로 채택될 확률이 99%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이언스지는 엠바고를 어긴 해당 언론사에 대해서는 앞으로 사이언스 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막겠다고 전해왔다고 황교수는 덧붙였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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