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배드뱅크인 ‘희망모아’가 가동된 지 1주일. 신용 회복의 기대에 부풀어 희망모아의 출범을 손꼽아 기다려 왔던 다중 채무자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서둘러 채무조정 승인서를 받아 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있는 반면, 기대에 못 미치는 구제 내용에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도 많다.
22일 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희망모아가 출범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콜센터를 통해 걸려온 문의 전화는 무려 16만6,055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3만건이 훨씬 넘는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이중 실제 상담원과 연결돼 상담이 이뤄진 것은 불과 1만1,821건. 20번 가까이 전화를 해야 한 번 연결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며칠 째 전화가 연결 안 된다. 로또보다 상담원 통화가 더 힘들다”는 불만도 쏟아진다. 콜센터 상담인원이 90명 가량으로 다소 부족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희망모아에 대한 다중 채무자들의 기대가 컸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5일간 상담을 거쳐 창구를 찾아 채무조정 승인까지 받은 인원은 2,487명. 출범 초기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지만, 상담 건수 등과 비교해 봤을 때 실제 희망모아의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다중 채무자들의 불만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부분은 희망모아에 참여하고 있는 협약 금융기관이 30곳에 불과하다는 점. 1차 배드뱅크 당시 참여했던 단위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무더기로 빠지면서 ‘반쪽 배드뱅크’가 됐다는 지적이다.
협약 금융기관이라고 해도 대상자의 채무를 모두 희망모아에 이관한 것은 아니다. 정상 채권이나 담보 채권, 압류 채권 등 해당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채권들은 희망모아에 넘기지 않았다.
희망모아 홈페이지(www.badbank.or.kr)에는 성토성 글이 줄을 잇는다. 한 다중 채무자는 “1차 배드뱅크 당시에도 몇몇 금융기관 채무가 제외되는 바람에 포기했는데 이번에는 더 많은 채무가 빠진 걸 확인하니 허탈하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다중 채무자의 경우 1~2곳의 채무만 정리해봐야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며 “희망모아가 아니라 절망모아”라고 비꼬기도 했다. “금융기관들은 회수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채권은 절대 희망모아에 넘기지 않는다”며 금융기관의 행태를 꼬집는 이들도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여건상 모든 다중 채무자들의 요구를 다 채워주기는 힘들다고 토로한다. 공사 관계자는 “사실 단위 농협 등의 채권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뿐 더러 협약에 참여하지 않는 금융기관에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또 정상 채권이나 담보ㆍ압류 채권이 대상 채권에서 제외된 것은 1차 배드뱅크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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