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막가는 세상이라도 그렇지, 이렇게 조롱해도 되나.”
여야 의원들이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 은폐의혹 사건인 ‘병풍’ 재판에서 패소한 김대업 씨가 한나라당에 사과 박스를 배달시킨 것을 보면서 토로한 분통이자 푸념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공금 횡령과 세금포탈 등의 다른 죄목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강금원 씨가 “맹장수술 한다고 배를 쨌다가 여드름만 짠 격”이라고 비아냥댄 것도 의원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했다.
물론 두 사람이 어떤 행동과 어떤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든 그건 자유다. “사과(謝過)하라니 사과(沙果)를 보낸다”는 김 씨의 행동, 공금 횡령과 세금포탈을 여드름에 비유한 강 씨의 언변도 해학으로 봐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대선에 영향을 주겠다는 피고측의 악의가 의심된다”고 했는데도 김 씨가 “판결문에 병풍이라는 말이 없다”,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 건은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다”고 강변하며 공당을 조롱한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
또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강 씨가 수사 과정과 판결 내용을 비웃는 행태 역시 마찬가지다. 본인들로서는 억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사법부와 입법부를 무시하고 조롱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유죄를 받은 자들이 국가기관을 조롱하는 세상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정치권에도 책임이 적지 않다. 대법원이 병역비리 의혹 전부를 부정한 게 아닌데도 한나라당이 김 씨를 사기꾼 취급한 것은 정략적 발상이다. 열린우리당도 당 의장부터 나서 “강 씨는 억울하다”고 변호해주는 것도 후안무치한 그의 궤변을 부추기지 않았나 돌아봐야 한다.
정치부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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