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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버림받은 ‘우즈벡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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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버림받은 ‘우즈벡 봉기’

입력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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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의 반정부 시위는 시민혁명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불씨가 꺼질 것인가.

19일 국경도시 카라수에서 저항하던 시위대가 정부군에 의해 진압되면서 우즈벡 반정부시위는 일단 잠잠해졌다. 13일 안디잔에서 시작한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해 궁지에 몰렸던 독재자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도 큰 위기는 넘겼다.

8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반정부 시위가 시민혁명으로 번지지 못한 채 사그러드는 듯한 이유는 카리모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로 몰았기 때문이다. 카라수의 반군 지도자 바크티오르 라키모프는 “시위대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아닌 평범한 농민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는 소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선전이 먹혔다.

15년 동안 집권하면서 이슬람 근본주의 위협을 강조해 위기의식을 증폭시키는 카리모프 대통령의 통치술이 이번에도 동원됐다. 1990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벡 족 이외에 120여 개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다. 때문에 민족별, 지역별 이해관계로 인한 분열 조짐이 상존했다.

이번에 시위가 벌어진 동부 안디잔과 페르가나 지역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분리독립 움직임을 보였던 곳이다. 우즈벡 인구의 88%가 이슬람교이지만 카리모프 대통령은 다른 이슬람 국가와 달리 국교로 지정하지 않은데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미국에 두 곳의 공군기지를 제공해 근본주의자들의 불만이 쌓여왔다.

대외적으로도 카리모프 대통령의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 선전은 효과가 있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마르타 브릴 올코트는 “러시아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보다는 카리모프 대통령이 낫다고 여긴다”며 “러시아와 우즈벡의 동맹이 언제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가 잘 아는 유일한 우즈벡 정치인이 카리모프”라고 말했다.

AP 통신도 이번 사태에 미국이 소극적으로 반응한 이유에 대해 알 카에다와 연결고리가 있을지도 모르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보다는 현 정권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열악한 통신환경도 지적된다. 우즈벡의 전화보급률은 2003년 현재 7%로 전화를 설치하려면 3~5년을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언론통제와 함께 시위가 발생한 안디잔에서 인터넷과 무선전화, 외국 방송의 송출을 막아 외부로 소식이 전파되는 것을 차단했다.

카리모프 대통령이 오랜 독재로 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과 야당 세력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점도 실패의 한 원인이다.

외신들은 시민 봉기 보다는 대통령의 심복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자키르 알마토프 내무장관과의 권력승계 갈등 등 권력의 내분이 카리모프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할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 우즈베키스탄 사태 일지

13일 : 동부 안디잔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서와 관청 장악, 정부군의 발포로 대규모 사망자 발생.

14일 : 600여명의 주민이 인근 키르기스스탄으로 대피, 정부군이 국경 봉쇄. 안디잔 유혈사태에 항의해 인근 파흐타바드에서 일어난 시위도 유혈진압. 카라수에서도 시위대가 도시 장악하는 등 사태 확산.

16일 : 경찰의 감시 속에 안디잔 시민들의 추모행사가 이어지면서 긴장 고조. 세계 각 국 유감 성명 발표.

17일 :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 “사망자는 모두 이슬람 테러리스트”라며 700여명 사망설 부인. 수도 타슈켄트에서 야당 정치인들이 미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 시민들 추모행사 개최.

18일 : 자키르 알마토프 내무장관 안디잔 방문한 외교관과 기자들에게 “170명이 사망했고, 그 중 시민 100명은 이슬람 반군의 공격으로 숨졌다”고 주장. 이후 안전을 이유로 현장 방문 불허. 정부군 1,000여명이 카라수에 진입, 바크티요르 라키모프 반군 지도자 체포.

19일 :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 통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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