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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결단 시기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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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결단 시기 다가온다

입력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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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깊은 수읽기가 시작됐다. 북한에게 어떤 식이든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만큼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인내심이 소진되는 미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마지막 외교적 노력을 개시했다는 징후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13일 조지프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협상 대사의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방문은 그런 노력의 첫 단추에 해당된다.

미국의 이런 노력은 외교적 해법에만 매달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했는데도 안되면 다른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는 명분 확보의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미 접촉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현 국면이 어느 정도 지나면, 북한은 6자회담 복귀와 대북제재 감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북한도 결단의 시기가 임박했음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이 남북 차관급 회담에 응한 것도 결단을 앞둔 ‘몸풀기’나 응수타진으로 볼 수 있다.

▲ 북핵 및 북미관계

북한은 8일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의 주권국가 인정 발언 및 북미양자 대화에 대한 진의를 확인하고 최종결심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뉴욕접촉을 통해 미국의 ‘말’을 직접 들은 만큼 북한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일부 외신은 “북한이 20일 안에 미국에 답변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대로라면 이 달 말이나 내달 초 북한은 6자회담 복귀에 대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측의 조기 결단을 기대하면서도 북한이 많은 변수를 대입한 장고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6자 회담에 복귀할 경우 얻을 과실을 좀 더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이 16일 밝힌 ‘중요한 제안’과 미국이 작성중인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협상안’의 윤곽을 확인한 뒤, 경제지원과 체제보장의 질과 양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트러니 대사가 18일 “북한이 핵폐기 후 미사일, 마약, 인권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해야 북미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 문제에 해결 의지를 보여주면 된다”고 말한 것도 북한의 복잡한 계산을 고려한 달래기였다. 미국이 유연하게 변하고 있다는 로드맵의 일단을 보여준 셈이다.

북한은 또 디트러니 대사 이상의 고위급이 유화적 발언을 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북한이 19일 조평통 명의로 “미국의 북한 주권국가 인정발언은 거짓말”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인 듯하다.

그래서 “북한이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제의했다”는 최근 외신 보도가 예사롭지 않다. 한국 정부도 ‘고강도 정치적 수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향후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북 고위급 인사의 접촉 방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북한은 섣불리 핵실험 등 상황 악화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당분간 탐색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 남북관계

차관급 회담 합의를 계기로 일단 정상화의 문턱에 섰다. 정부는 10개월 만에 잡은 대화 기회를 단단히 틀어쥐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북한도 13일 뉴욕 북미접촉과 거의 동시에 남북 차관급 회담에 호응하는 등 당분간 ‘북남ㆍ북미대화 병행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대화 수요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남북대화 지속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인 편이다.

북한의 북남ㆍ북미대화 병행전략은 남측과는 대화를 통해 실리를 챙기면서 동시에 북미대화로 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차관급 회담에서 핵문제 언급 자체를 회피하면서도 장관급 회담 재개에 합의한 것이 이런 의도를 잘 보여준다.

북한이 6자회담에 즉시 나오지는 않더라도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은 낮아진 만큼 남북관계는 다소의 곡절을 있겠지만 안정적으로 풀려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20만톤의 비료 지원을 얻어내 급한 불을 끄기는 했지만 식량, 농업협력, 경제개발분야 등에서 남측의 지원을 받아야 할 처지다. 그래서 남북관계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지난해 7월처럼 남북대화 단절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현재의 남북관계는 북핵 문제라는 돌발변수로 인해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일단 6월의 장관급 회담을 통해 남북대화의 제도화, 정례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15차 장관급 회담에서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 등 정치ㆍ군사분야 의제를 중점적으로 논의, 남북관계 전반을 끌어올리고 핵문제 논의를 통해 정부의 주도적 역할론을 회복한다는 복안이다.

또 차관급 회담 합의사항 이행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21일 경의선 도로를 통해 1,250톤의 비료를 지원하는 등 6월 중순까지 비료 지원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다음주 초부터 6ㆍ15 행사 정부 대표단 파견과 관련된 남북 실무협의도 시작된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은 서로의 필요성에 따라 대화의 폭을 槿瘠?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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