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자 현 정권의 핵심 실세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 유전개발 사건으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데다 자신의 단지(斷指) 경위에 대해 말을 바꾼 사실이 밝혀져 도덕성 논란에까지 휩싸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20일엔 이 의원의 비서관 심모씨가 유전사건의 핵심 인물인 허문석씨와 여러 차례 만나 협의했다는 사실까지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사방에서 이 의원을 향해 칼 날이 다가서는 형국이다.
특히 단지 논란은 이 의원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손가락 절단이 병역기피 목적이었는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이 의원이 말을 바꿨다는 사실은 치명적이다. 이 의원은 2003년 4월 동아일보의 취재에 “인천 부평의 주물공장에서 기계를 다루다 사고로 손가락이 잘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19일 홈페이지에서는 “1986년 대학생들의 분신을 보고 변절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태극기에 혈서를 쓰기 위해 손가락을 잘랐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짓말을 시인한 셈이다.
물론 이 의원측은 “당시 언론의 의도가 너무 명백해 괜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말을 바꾼 사실까지 덮을 수는 없다. 우리당 386 운동권 출신인 의원들조차 “당시 심정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 의원의 해명이 깔끔하거나 당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단지 경위에 대한 말 바꾸기가 드러나자, 이 의원이 2003년 썬앤문 그룹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거짓말을 한 사실까지 새삼 재론되고 있다. 당시 이 의원은 국회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떳떳하고 거리낄게 없어 출국도 안 한다”고도 했고, 한나라당에 대해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어 총질하지 말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측근비리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그는 곧바로 “돈을 받았다”고 시인하고 “진솔한 고백을 하려 했으나 용기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유전의혹 사건도 이 의원의 목을 조이고 있다. 이 의원은 허문석씨를 전대월씨에게 소개 했다는 것만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의원의 비서관이 허문석씨와 여러 차례 만나 에너지 문제를 협의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 의원이 소환되면 쉽게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지금 이 의원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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