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의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는 과연 윤리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황 교수팀은 지난해 2월 세계 최초의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확립 성공에 뒤따랐던 윤리 논쟁의 후유증을 고려, 이번에는 난자 공여 증명서와 정부의 연구 승인과정 및 관련 서류를 첨부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여 향후 논란 여부가 주목된다.
연구팀은 30쪽이 넘는 참고자료를 통해 ‘환자 맞춤형 배아복제줄기세포’가 올해 1월 1일 발효된 ‘한국 생명윤리법’을 따랐음을 단계별 승인 절차를 들어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연구에서 제출 불가 방침을 고수했던 난자ㆍ체세포 기증 동의서까지 공개한 것은 윤리 논란을 의식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 동의서는 ‘난자 기증은 전적으로 자의에 의한, 정상적 판단에 따른 것’, ‘난자는 무상으로 기증했음’, ‘기증한 난자를 이용한 연구 및 결과물에 대해 지적 재산권 등 부가적 가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음’ 등 난자 기증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을 포함한다.
또 연구 결과 말미에 미 스탠퍼드대 생명윤리연구소 매그너스 박사팀이 정리한 별도의 ‘정책 포럼’ 섹션을 통해 이번 연구를 비롯한 배아복제 연구가 가져올 수 있는 윤리적 논란을 세세히 짚어본 것도 눈에 띈다.
그렇지만 인간의 살아있는 난자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배아 및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연구의 태생적 문제에 대한 윤리적 반발은 멈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명과학자들이 “배아를 인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대다수 종교ㆍ윤리학자들은 “배아의 인간적 지위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를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난자 제공자를 둘러싼 윤리적 논란도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이번 연구에서 난자 제공자들은 모두 교통비 시술비 등 실비조차 받지 않았다. 그러나 난자 제공자들이 아무리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 하더라도 자연 상태라면 한 달에 한번 꼴로 배출되는 난자를, 배란 유도제를 사용해 10여 개씩 추출할 때 어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때문에 매그너스 박사는 “황 교수측이 제출한 난자 기증 동의서에는 인류 복지를 위해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육체적 고통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동의서는 ‘난자 기증 때 필요한 수술 및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었으며 그에 따른 합병증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고 명기하고 있으나, 연구팀이 설명한 위험이 축소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생명윤리학자는 “난자 추출 시술의 장기적 부작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임이나 사망까지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의사도 있다”면서 “만에 하나 난자 추출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명확치 않은 동의서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이언스는 분석 기사에서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이 연구가 인간 개체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면서도 “젊은 여성의 난자일수록 배아복제 줄기세포로 발전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점점 어린 여성의 난자를 선호하는 추세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 위스콘신대 생명윤리학자 노름 포스트 박사도 “체세포 추출이 난자에 비해 안전하다고 해도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편이 윤리적으로 옳다고 본다”며 어린 체세포 기증자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 연구팀·과기부 '철통보안'
황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 발표는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졌다. 사이언스 측은 16일 엠바고(보도제한)를 조건으로 황 교수의 연구 성과를 공식 배포했다.
그러나 서울대 문신용 이병천 교수 등 이번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시종일관 “관련 내용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모 교수는 “연구팀 인원이 많다 보니 잘못된 정보가 나갈 수 있어 언론접촉 창구를 황 교수로 일원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제2회 한국_스코틀랜드 바이오산업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해 16일부터 영국에 머무르고 있는 황 교수 역시 언론과의 개별 접촉을 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연구성과발표 기자간담회에서까지 한국기자는 단 1명으로 참석을 제한했다. 지난해 황 교수가 미국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시점에 맞춰 국내 간담회까지 준비했던 적극적 태도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 같은 ‘모르쇠 작전’에 대해 과학계 관계자는 “지난해 겪었던 국제엠바고 파기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아예 입을 다물어버린 것 같다”면서 “그러나 사이언스가 이미 관련 자료를 배포한 상황인 만큼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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