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설계에서부터 애프터서비스까지 자동차 전 부문을 미국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현지생산 체제를 20일(현지시간) 가동했다. 1986년 포니(미국명 엑셀)를 미국에 첫 수출한 지 19년 만의 일이다.
현대차는 이날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서 앨라배마공장 준공식을 갖고, ‘메이드인USA 쏘나타 1호차’를 출시했다. 정몽구 회장은 기념사에서 “앨라배마공장 준공은 현대차 38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라며 “신기술 및 신공법이 결집된 앨라배마공장 가동으로 진정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2002년부터 11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한 앨라배마공장은 부지 210만평으로 여의도(90만평)의 2배가 넘고, 연면적은 5만6,000여평 규모다. 특히 255대의 로봇을 가동해 용접과 도장을 100% 자동화하고, 최첨단 회전식 전착방식(RO-Dip3)으로 불량률 제로의 시스템도 갖추었다.
현대차는 이 곳에서 만든 쏘나타를 연말까지 15만대 이상 판매, 미국 승용차 시장 점유율을 3%로 끌어올리고 내년 싼타페 후속 신차도 투입, 미국에서 연간 30만대 생산ㆍ판매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디자인연구소, 디트로이트 기술연구소, 모하비 주행시험장 등과 연계해 설계와 디자인부터 차량시험 및 평가, 생산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 걸친 현지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앨라배마공장 가동으로 미국인들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ㆍ미국 제품 구매하기) 정서에 호응하고 무역 마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버트 코스마이 현대차 미국법인 사장은 “앨라배마공장과 디자인연구소, 기술연구소 등에 총 14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며 “미 정부가 현대차처럼 투자를 많이 한 업체에게 무역제재를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공장 가동은 또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차 미국판매 법인장인 최종식 부사장은 “그랜저XG 후속 모델인 신형 그랜저 ‘아제라’(Azera)를 9월부터 미국시장에 들여와 10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연간 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사장은 “람다엔진이 장착된 3.3 모델 신형 그랜저는 미국시장에서 `아제라', 국내에서는 `그랜저'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며 “현재 미국에 38개 브랜드 200개 차종이 있는데 아제라의 판매 목표량은 단일차종으로는 적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몽고메리=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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