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한결 같은 것이다. 다만 그 풍요로움의 내용은 시대마다 다를 수 있다. 헐 벗고 굶주린 시절엔 의식주에서 호사 부리는 게 번듯하게 사는 제1 기준이었다.
물론 그건 지금도 유효하지만 “그게 정말 잘 사는 것인가”고 묻는 사람들이 지금은 훨씬 많아졌다. 산업사회의 성장, 경쟁, 소비 중심의 삶을 성찰하고 극복하려는 새로운 사회운동이 인권, 여성주의, 생태주의 운동을 화두로 삼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행복한 실천’은 개발과 소비가 아니라 나눔, 평등을 삶의 중심에 두고 이른바 ‘대안운동’을 벌이는 국내 10개 단체의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한국일보 대기자인 저자가 2003년 9월부터 2004년 2월까지 한국일보에 ‘어떻게 살까-한국의 대안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사례 중에서 골라 내용을 보충해 묶었다.
잃어버린 고향 마을을 대도시 한가운데서 만들어 내고 있는 서울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공동체의 힘으로 재개발을 막아내고 삶터를 지킨 부산 물만골, 차 함께 쓰기를 실천하는 초록자동차 회원들은 파괴를 부르는 개발에 저항하는 몸짓을 읽을 수 있다.
돈의 부림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돈을 부리고 살아가는 대전 한밭레츠, 저소득층에 창업자금과 더불어 희망까지 빌려주는 사회연대은행, 노동자들이 스스로 만든 조합형 회사 CNH종합건설에서는 연대의 희망을 엿본다.
지역주민 스스로 건강 주권을 지켜가는 안성 의료생활협동조합, 여성 스스로 자기 몸의 결정권을 지키고자 하는 폭력없는탄생과 피자매연대는 스스로 건강한 삶과 권리를 지키는 현장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풍요로움이란 어느 정도는 물질이 수반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은 취재를 마칠 때까지도, 지금도 계속 떠오르는 의문”이라며 “이 때문에 대안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새로운 각성으로 이끈 힘이 무엇인지에 집중하게 되었고, 대안운동의 현장보다는 대안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더 많이 물었다”고 밝혔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가 추천사에 쓴 대로 ‘이제 부자연스런 문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본연의 삶을 영위해야 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길이며 걸어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보여주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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