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이번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 발표 과정은 ‘언론과의 숨바꼭질’을 방불케 했다.
황 교수는 14일 오후 미국으로 출발, 논문을 게재할 사이언스측과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당시 그는 국내 언론에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곧 좋은 결과가 있겠으나 하루 이틀 사이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16일 그가 영국으로 넘어갈 즈음 사이언스는 등록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매주 발행하는 이 저널은 통상 발행일 4~5일을 앞두고 엠바고(embargoㆍ보도 시간 제한)를 전제로 기자들에게 원문을 공개한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들은 사이언스의 자료가 배포된 후에도 “잘 모르겠다”, “할 얘기가 없다”라며 ‘입 단속’에 들어갔다.
사이언스에 게재된다는 사실과 19일 런던에서의 간담회 일정까지 이미 공개된 상황이었으나 영국에 머물렀던 황 교수는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언론사의 전화는 대부분 동행한 경호원이 처리했다.
연구비의 거의 대부분을 지원한 정부도 ‘묵묵부답’ 작전을 펴긴 마찬가지였다. 10여명의 연구진 중 한 명인 제럴드 섀튼 박사가 일하는 미국 피츠버그대가 사이언스를 통해 별도 보도자료까지 내며 적극적이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답답한 상황이 계속된 후 정부는 결국 보도제한 시간인 20일 오전 3시에 맞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내 통신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AP와 DPA등 해외 통신사는 이날 오후 3시(한국 시간)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사이언스측이 보도 편의를 위해 통신사에게는 엠바고 시간을 표시한다는 전제 아래 실제 보도 제한시간 12시간 전에 기사를 띄울 수 있게 한 방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이보다 6시간 이상 늦은 오후 9시30분에서야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20일 “사이언스 규정대로 오후 3시에 기사를 내보내지 못한 것은 황 교수측이 통신에 기사가 나가면 다른 언론이 이를 받아 엠바고를 깰 우려가 있다면서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과학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모 일간지가 황 교수의 연구결과 발표 엠바고를 깬 바람에 이번에 경계심이 작용한 것 같다”면서 “그렇더라도 우리 국민에 대한 메신저인 국내 언론에 대해 이번에는 너무 소홀했던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줄기세포 연구비의 대부분이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사실을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