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53ㆍ사진) 교수가 이끄는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팀이 생명과학의 큰 산을 또 하나 넘었다.
황 교수팀은 19일 오후(현지 시간) 영국 런던 과학미디어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56세 한국남녀 환자의 체세포를 다른 여성의 난자(핵 제거 상태)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환자 맞춤형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배양한 지 불과 1년3개월만의 개가다. 연구 논문은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20일자에 게재됐다.
황 교수는 이날 “서로 다른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를 결합해 줄기세포를 만들어 낸 것이 이번 연구성과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구에서는 동일한 여성의 난자와 체세포를 결합해 줄기세포를 배양했다.
학계 관계자들은 “남자, 노인, 여아 등 난자를 생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줄기세포 배양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난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교수팀은 지난해부터 진행한 연구에서 사고 또는 유전적 원인으로 척수가 손상됐거나 소아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체세포와 정상인의 난자 185개를 이용해 줄기세포 11주를 얻어냈다.
배양 성공률을 지난해(약 0.5%)보다 10배 이상(약 5.9%) 높인 것도 눈에 띄는 성과다. 이는 줄기세포 연구에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는 실험용 난자의 수를 그만큼 줄일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황 교수는 “불임 시술 등에서 쓰고 남은 난자 대신 난자 기증 여성으로부터 갓 채취한 난자를 사용해 성공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 난자 기증 등과 관련한 윤리적 논란을 줄이기 위해 체세포ㆍ난자 기증동의서 양식을 첨부했다. 연구에 자문 역할로 참여한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는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수십 년 동안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환자 맞춤형 인간배아복제줄기세포를 이토록 빨리 만들어낸 것은 세계를 놀라게 할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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