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헌법 비준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이번에는 EU에 내는 분담금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 6개국은 분담금을 국민소득(GNI) 기준 1%, 금액으로는 8,150억 유로를 상한선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적자가 갈수록 커지는 마당에 현재의 부담금은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하고 있는 수치는 1.24%(1조 250억 유로). EU 순회 의장국인 룩셈부르크는 1.06~1.09%를 중재안으로 제시했으나 집행위는 굽힐 태세가 아니다.
이들 국가들이 분담금에 불만을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국이 다른 회원국에 비해 턱없이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매년 국민 한 사람 당 EU에 180유로(270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이는 스웨덴의 95유로, 독일의 71유로에 비해 많게는 두배 반이 넘는 액수다. “당장 다른 회원국 수준으로 줄이지 않으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버나드 보트 네덜란드 외무장관의 항의도 무리는 아니다.
EU가 주는 보조금 책정에 대한 회원국들의 비난은 주로 영국에 집중돼 있다.
영국이 형평에 맞지 않게 많은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1984년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EU로부터 매년 환급받는 보조금 액수를 책정했는데, 당시는 영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는 위기상황이었다. 이 기준으로 영국은 지난해 53억 유로를 받았다.
지금은 회원국 중 가장 좋은 편인 영국의 경기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옛날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회원국들의 주장이다. 독일 프랑스 폴란드 등은 영국에 대한 보조금을 2007년까지 동결하고 이후 가까운 시일 내 줄여나간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의장국인 룩셈부르크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외무장관 회담과 다음달 16~17일 정상회담에서 2007~2013년 EU 예산안과 보조금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영국이 7월부터 6개월 간 의장국을 맡게 돼 있어 협상이 부드럽게 처리될 지는 미지수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