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사상 처음으로 환자의 체세포 복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낸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황 교수 스스로 거듭 밝히고 있듯이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손재주’ 를 꼽을 수 있다. 오직 한국인만이 쇠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자유자재로 집을 수 있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는 난자에서 핵을 얼마나 빨리 꺼내고 적시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끼워 넣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하지만 난자를 아주 세밀하게 조작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특히 사람의 난자는 소나 돼지의 난자와 아주 다르다. 소나 돼지의 난자가 탄탄한 축구공이라면 사람의 난자는 끈적끈적한 풀이 묻어있는 풍선에 비유할 수 있다. 축구공은 대충 다뤄도 터지지 않는다. 하지만 끈적끈적한 풀로 뒤덮인 풍선은 핵 분리용 유리관에 달라붙거나 아예 터져버린다.
이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유의 기술을 개발해 냈다. 광학 현미경을 보면서 난자를 피펫 같은 가느다란 관으로 고정하고 송곳으로 난자 상단에 구멍을 내 기존의 핵을 집어 넣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연구원 김수(30ㆍ여)씨가 고안한 것으로, 사람의 난자에서 핵을 자유자재로 분리해 낼 수 있다. 황 교수팀이 10분의 1㎜ 크기의 난자 10개에서 핵을 빼내는 데 5~10분 밖에 걸리지 않지만 미국 연구진은 1시간 가량 걸린다는 것. 그래서 연구실을 방문한 외국 과학자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둘째는 세포 융합을 유도하는 방법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했다. 체세포의 핵을 난자에 이식하기 위해서는 전기 자극화 화학물질의 투입이 필요하다. 문제는 화학물질을 언제 투입하느냐에 따라 융합의 성패가 갈린다. 황 교수는 우리 연구팀이 화학물질 투입 시기를 가장 정확히 집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로 인큐베이터에서 배아를 기르는 독특한 노하우가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어떤 배양약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데, 이 또한 우리 연구팀의 노하우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세가지 기술을 모두 국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황 교수의 연구 달성 이전에는 배아를 3번까지 분열시킨 8세포기밖에 만들지 못해 ‘마(魔)의 장벽’으로 불렸다. 추가 분열이 어려워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같은 장벽을 깨뜨리고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한국인의 끈기도 밑거름이 됐다. 하나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최소 13개의 난자를 사용해야 하는 이번 연구성과는 체세포 복제시 언제 어떻게 핵을 융합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수없이 시도하고 실패한 끝에 터득한 기술 덕분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소ㆍ돼지 등 10만여개의 난자를 갖고 실험을 해왔다. 연구원들은 휴일에 쉬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다. 그래서 연구원들은 “실험실 달력엔 월ㆍ화ㆍ수ㆍ목ㆍ금ㆍ금ㆍ금이라고 적혀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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