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이 이 책을 진즉 일독했더라면 적어도 일본 우익신문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헛소리를 지껄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혼네(本音ㆍ속 마음)와 다테마(建前ㆍ겉)가 다른 일본인들에게 말려들어 놓고서 일이 터지자 ‘이용당했다’고 변명을 하는 오류도 범하지 않았을 터다. ‘맞아 죽을 각오’까지 하고 ‘친일선언’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일본인을 ‘상대’하는 대신 전략적으로 ‘취급’하는 방식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본인취급설명서’는 일본인이 쓴 ‘일본은 없다’다.
일본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상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정부 관리와 플로리다 대학 경제학 교수 등을 지낸 로버트 쓰치가네는 조국 일본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다.
그의 눈에 비친 일본은 미성숙 국가이자 실어증에 빠진 나라다. 과오를 뉘우치려는 시도가 없고 역사를 향해 한 발짝 진전하려는 노력이 없다. 경제 규모에 걸맞게 아시아의 리더 국가로 자리 매김 하긴커녕 중국 한국 등 주변 국가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설명조차 할 수 없는 졸렬한 외교로 무시를 당하고 있다.
절망적인 신호는 그뿐이 아니다. 금융과 교육 시스템은 점차 붕괴하고 기업들은 기술력과 호기심을 잃어버리고 있다. 배후에는 일본 사회를 배회하고있는 유령이 있다.
그 유령의 정체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잔혹한 권위맹종주의, 자신이 정당성이 있든 없는 ‘사태의 악화’만은 막아야 한다는 믿고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무사안일주의다. 매사에 융통성 없이 규칙만을 내세우는 맹목적 원칙주의도 포함된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건 호기심도 패기도, 감동도 잃어버린 젊은이들이 앓고 있는 ‘정신적 마비’ 증세다.
저자의 21세기 일본 비판은 일견 지나치게 단편적인데다 수사도 지나치게 신랄하고 감정적으로 보인다. 비단 일본인들만의 잘못이나 오류가 아닌 후진성이 여전한 한국 사회에도 똑같이 벌어지는 일들을 일본을 비판하는 근거나 사례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의 ‘일본은 없다’가 그랬듯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진 흔적도 군데군데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그의 지적은 적확하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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