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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앨빈 에일리 무용단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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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앨빈 에일리 무용단 내한공연

입력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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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에일리 무용단은 댄스 씨어터 오브 할렘과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무용단이다. 과거의 인종차별을 딛고 흑인도 발레와 예술무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표한 이들의 공연장에는 유색인종 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후원과 호응도 매우 적극적이다.

앨빈 에일리는 미국 현대무용의 중심적 인물이었으나 1989년 사망했다. 레스터 호튼과 마사 그레이엄 등 미국 현대무용 개척자들을 사사한 그는 정형적인 현대무용 기교에 엉덩이와 가슴을 빠르게 흔드는 아프리카 민속춤을 결합한 춤 언어로 1958년부터 미국 무용계를 장악했다.

대개 지도자가 사망하면 단체의 기강이 해이해지지만 이번 공연(19~2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결과는 반대였다. 앨빈 에일리 생존 당시보다 작품의 다양성이나 감각이 발전적이어서 그의 사후 줄곧 무용단을 이끌어온 주디스 제이미슨의 지도력이 크게 부각되었다.

19일의 프로그램은 세 개의 소품과 함께 이 단체의 대표작이자 현대무용의 고전인 ‘계시’로 짜였다. 1960년 작 ‘계시’와 2004년 작 ‘러브 스토리즈’를 비교하니 흑인 문화의 감성과 순수성을 춤에 담아낸다는 의지가 공통점으로 드러났다.

찬송가로 시작되는 규칙적인 군무, 땅을 치며 애원하는 장면, 그리고 드레스와 정장 차림의 남녀가 등장하는 ‘계시’가 희망적인 삶을 다뤘다면 ‘러브 스토리즈‘는 에일리 무용단의 어려웠던 과거, 여전히 부족한 현재, 밝게 빛나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은 보다 압축된 소재라고 하겠다.

최신작은 물론 힙합이나 재즈, 새로운 현대무용 등 춤이 보다 현대적이고 개성적이었으나 ‘계시’가 지닌 역사의 무게를 발판으로 했기에 더욱 빛났다. 그러나 한국 기획사측의 잘못은 옥에 티였다. ‘러브 스토리즈’에서 투사된 “나는 우리 회사가 무용의 중심지가 되기 바란다”는 글귀에서 회사는 무용단으로 번역해야 옳다.

흔히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감정이라 말하는 한과 신명이 앨빈 에일리 무용단의 특징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우리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다. 흑인 영가에 담긴 한과 타악기의 빠른 장단이 만드는 신명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무용평론가 문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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