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인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여전히 정치인의 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공ㆍ사석에서 ‘해결사 역할’을 자임해온 ‘김 의원’이 18일 또 ‘정치’를 했다. 서울 시내 한 호텔식당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3개 대학 총장들을 극비리에 초청했다. 3불(不)정책(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에 대해 반대하는 주요 대학 총장들을 모은 것이다.
그것은 정치인들의 ‘비밀회동’이었다. 당연히 배석자는 배제됐다. 교육부의 한 주요 간부마저 “다른 경로를 통해 회동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가관인 것은 모임 이후. 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부는 발설 진원지를 캐느라 분주할 뿐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장들이 회동 사실을 누설하지 않기로 해놓고 약속을 어겼다”고 불평부터 드러냈다.
참석한 대학 총장들의 해명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서울대측은 “(김 부총리가)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본고사 문제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분석을 내놓았다”고 서울대 입장에 비춰 설명했다. 교육부측은 즉각 “본고사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분명히 전달했는데도 이상한 해석이 나온다”고 반박했다.
대학 총장들과의 오찬 회동을 남몰래 추진할 수 밖에 없었던 교육부의 애로는 이해한다고 치자. 하지만 김 부총리 스스로 자신의 ‘해결사 능력’과 ‘회동 정치력’을 너무 과신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그 뒷처리마저 매끄러울 수가 없다. 성과는 뒷전이고 비밀회담 자체를 놓고 뒷말만 무성하다. 긴밀해야 할 교육부와 주요 3개 대학간의 심사만 틀어버린 꼴이 됐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공개적인 장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력’의 기초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대우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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