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의 케이프혼 부근을 항해하는 선원들은 알바트로스를 만나면 유명을 달리한 동료 선원들의 넋이라며 반가워 했다고 한다. 영국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는 서사시 ‘늙은 선원의 노래’에서 알바트로스를 저주가 실린 선원의 석궁을 맞아 “사방이 물이지만 마실 물은 한 방울도 없는” 바다를 한없이 표류하는 운명을 타고 난 새로 묘사하고 있다.
한자문화권에서 신천옹(信天翁)으로 불리는 이 새는 2m가 넘는 날개로 시속 100km의 속도로 6개월간 7만5,000km를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알바트로스의 생활습성도 대형 제트여객기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수수께끼였다.
■ 알바트로스는 남극 부근의 외딴섬과 호주와 뉴질랜드 몇 군데서만 볼 수 있다. 짝을 만나 평생을 함께 사는 이 새의 수명은 사람과 비슷해 실제로 60년 이상 산 경우도 확인됐다.
1970년대초 아마추어 박물학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오징어잡이 그물에 걸린 알바트로스 다리에 번호표를 달아 이 새가 지구를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매년 알바트로스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24종 가운데 21종의 숫자가 줄어들고 그 중 몇 종은 멸종 위기를 맞고 있었다.
■ 또 다른 아마추어 박물학자의 호기심으로 그 원인이 밝혀졌다. 태즈메이니아 남쪽 해상에서 일본어선에 탈 기회를 얻은 그는 알바트로스들이 강철 낚시바늘에 미끼로 끼인 생선토막과 오징어를 먹기 위해 급강하, 낚시바늘을 삼키고는 결국 물속에서 죽는 것을 확인했다.
남반구 바다에서 매년 이렇게 던져지는 낚시바늘이 1억8,000만개, 이 바늘을 삼키고 죽는 알바트로스는 약 4만4,000마리에 이른다는 것도 계산해냈다. 새들이 미끼를 보지 못하게 조명을 낮추고 합성수지 울타리를 쳐 새들의 희생을 줄였지만 역부족이었다.
■ 우리나라의 대표적 철새 서식지인 충남 천수만 인근 주민들이 철새를 내쫓기 위해 갈대 숲을 불태우는 일이 일어났다. 성난 주민들은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고 폭죽을 터뜨려 철새들을 쫓았다. 이 지역이 환경부에 의해 생태ㆍ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되면 기업도시ㆍ웰빙레저단지 조성사업이 무산될 것을 우려한 행동이다.
개발이익을 놓치게 된 주민들 사정이 헤아려지면서도 역시 자연생태 최대의 적은 바로 인간임을 확인한다. 철새가 자취를 감추고 나서야 인간은 자연과의 공존이 최상의 삶의 길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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