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정부의 교육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3불(不) 정책과 총장 선출방법,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등 최근 이슈가 된 교육정책 모두가 비판 대상이다.
서울대가 총장부터 단과대, 교수단체에 이르기까지 총동원돼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대학 자율이다.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하며, 총장 선출도 간선제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도 교육부가 강요, 압박할 사항이 아니라고 서울대는 주장한다.
대학 자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국가경쟁력의 요체는 대학 경쟁력이고, 이는 대학 자율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자율과 더불어 또 중요한 것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다. 특히 모든 국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는 대학입시에서는 공공성이 더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운찬 총장이 “3불 정책 중 한 두개는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불 정책이 언젠가는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로서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억제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임이 분명하다. 국민 대다수가 이를 지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립대학이자 대학개혁을 선도할 위치에 있는 서울대가 마치 총대를 메듯 3불 정책 폐지를 앞장서서 주장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지금도 대학입시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고사를 부활하자는 것은 기득권 고수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치의학은 이미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꿨고 법학전문대학원도 서울대 인가를 당연시하면서 의학만 학부를 존속시키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서울대는 학부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모두 독점하겠다는 근시안적 발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세계적인 대학간의 진정한 경쟁은 학부가 아니라 대학원이다. 서울대가 갈 길은 연구중심대학, 대학원중심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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