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출범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출범을 진두지휘하던 이용철(45ㆍ변호사) 국방획득제도개선단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정치권과 군 일각의 반발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최대 군 개혁과제인 군수획득 분야 개선을 책임지던 이 단장의 중도하차로 군 개혁 전체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방위사업청의 내년 1월1일 출범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변 출신 변호사인 이 단장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법률특보를 지낸 뒤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지난해 3월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방획득제도개선단장을 맡아왔다.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가 무기 소요를 제기하되 구매 등 획득의 집행업무는 방위사업청으로 분리, 과거 무기도입 과정에서 빚어졌던 숱한 비리를 근절시킨다는 과제가 이 단장에게 주어졌다.
그는 초대 방위사업청장으로까지 거론됐다. 개선단은 내년 1월1일 방위사업청 신설을 목표로 방위사업법 제정 및 정부조직법 개정 등의 준비작업을 서둘렀다. 이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던 한나라당 등 야당에서 최근 이 단장의 업무연관성 등을 들어 사업청 출범에 반발하자 이 단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장의 측근들은 “야당에서 국방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제도개혁을 한다며 이 단장을 ‘코드인사’라고 밀어붙이자 국방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이 내년 1월 출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들이 적어도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여당까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법안의 연내 통과는 어렵다는 게 중론. 획득제도개선단 일각에서는 “국방개혁을 위해 청와대에서 파견한 윤광웅 국방장관마저 방위사업청 출범에 소극적이어서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군내 부정적인 시각도 방위사업청 출범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군수 분야에 몸담았던 한 예비역 장성은 “아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지 아버지가 대신 공부를 해 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무기도입 과정의 비리가 있다면 비리소지를 없애는 업무 투명성ㆍ효율성 제고에 신경을 써야지 획득분야를 따로 떼내는 것은 ‘문화혁명’ 같은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또 군수업무에 밝은 군 관계자들은 군수 획득분야를 국방부 조직과 분리시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말한다. 이러다 보면 국방장관 아래 획득업무관련 보좌조직을 별도로 둬야 하는 등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도 “방위사업청이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획득제도개선단 관계자들은 “방위사업청을 국방부에서 분리, 국방부는 정책에 집중하고 무기도입의 집행업무만 사업청에서 도맡아 정책의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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