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 차관급 회담은 남북관계의 전면적 정상화가 얼마나 험난한지를 잘 드러내 보였다.
북측은 시종 남북 대화를 재개한 진의를 의심케 하는 행태를 보였다. 차관급 회담 전 일각에서는 북측이 비료만 챙기려는 얄팍한 속셈에서 회담에 응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런 우려는 이번에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났다.
북측은 회담초반 5월말까지 남측으로부터 비료 20만 톤을 받겠다면서도 남측이 개최를 요구하는 장관급 회담에 대해서는 ‘가까운 시일에’하겠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비료 먼저 챙기고 회담은 나중에 생각해보겠다는 속셈이었다. 이 주장은 17일 끝날 예정이던 차관급 회담을 연장시킬 정도로 완강했다. 단순히 협상 전술로 이해하기에는 찜찜한 북측의 이런 태도로 미뤄 일각의 우려는 당분간 말끔히 가셔지지 않을 것을 같다.
북한은 또 북핵 문제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간접적으로 완화하는 방편으로 남북대화를 상정하면서도 남측 당국과는 북핵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김만길 북측 대표단 단장은 6자회담 조기 복구와 한반도 비핵화 준수를 강조한 이봉조 남측 수석대표에게 전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해당 부서에 전하겠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6자 회담이 열리면 ‘중요한 제안’을 하겠다는 남측의 ‘미끼’에 북한 당국이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인 듯하다. 향후 장관급 회담이 열리더라도 북측의 태도는 좀처럼 쉽게 변하지 않을 듯하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이번 북한의 차관급 참여를 남북 관계 전면적 복원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것 같다. 회담에서 분명히 드러난 것은 지난 11일 영변 원전에서 폐연료봉을 인출하면서 급격히 고조된 북핵 긴장을 적절히 조정하겠다는 의도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인 6ㆍ15 공동선언 5주년 행사 분위기를 띄우겠다는 의지뿐이다.
다만 북핵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인내심이 소진되는 상황, 북한의 식량 부족 등은 남측에게는 유리한 여건이다. 남측은 이런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대화국면을 확장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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