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은 지 꽤 되는데도 집에 몇 개의 라이터가 있다. 가끔 양초에 불을 붙여야 하는 일회용 라이터와 내가 담배를 무척 많이 피던 시절 아이가 수학여행을 갔다가 사온 겉모양만 반짝반짝 빛나는 금장 라이터가 있다.
그리고 또 한 개의 라이터는 휘발유로 불을 일으키는 구형 은색 라이터이다. 예전에 이 지면에 할아버지의 회중시계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할아버지에겐 우리가 보기에 빛나는 세 개의 은색 소지품이 있었는데, 하나는 회중시계이고, 또 하나는 허리에 안경집과 함께 달고 다니시는 접칼, 그리고 은색 라이터를 가지고 계셨다.
담배를 끊은 사람이 가끔 서랍에서 라이터를 꺼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하니까 아내는 그것이 영 불안한 모양이다. “다시 피고 싶어요?” “아니.” “그럼 라이터는 왜요?” “옛날에 할아버지가 이런 라이터를 가지고 계셨어.”
뚜껑을 열 때 딸캉, 하고 나는 그 경쾌한 금속성이 나를 어린 시절 사랑방으로 데리고 간다. 품속에서 꺼내는 할아버지의 라이터엔 할아버지만의 온기가 있었다. 그러나 내 라이터엔 그것이 없다. 누구와 함께 한 따뜻한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