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시중ㆍ지방은행의 감사 중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는 9명. 신한 하나 조흥 한국씨티 외환 부산 대구 광주 경남은행에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 금감원을 거쳐간 인사(제일)나 금융감독위원회 출신(우리)까지 포함하자면 모두 11명에 달한다. 금융감독 당국이나 은행이나 감사 자리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금융당국의 몫으로 분류를 해놓고 있는 셈이다.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나 보험사 등 주요 금융회사의 경우 감사직의 상당수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시민단체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낙하산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감독기관에 대한 로비스트가 필요한 은행, 퇴직 직원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려는 금감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낙하산 관행이 깊게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정적 여론이 빗발치자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몸 단속에 나섰다. 금감원은 19일 금감원 출신 감사가 재직중인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검사 인원 구성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감사가 금감원에서 퇴직하기 2년 전까지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검사역은 검사반 구성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검사역 제척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또 검사반이 금융회사의 금감원 출신 감사와는 제재가 확정될 때까지 업무 외적인 사적 접촉을 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 단속을 통해 엄격한 차단막을 만들자는 취지”라며 “하지만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금융회사의 감사직을 맡는 것은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하면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일선 현장에서 발휘하는 것인 만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굳이 같은 부서에 근무하지 않았다 해도 상ㆍ하 관계의 특성 상 전직 금감원 임원 출신 감사에 대한 ‘전관예우’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윤리강령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미뤄볼 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조치를 ‘바람막이 액션’ 정도로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3개 증권사에 금감원 전직 국장들이 줄줄이 내정되는 등 금융회사 감사 행(行)이 여전히 잇따르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사전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최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금감원 출신 임직원의 금융회사 진출 실태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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