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의 현대 INI스틸이 2010년까지 충남 당진에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유일의 종합 제철소였던 포스코의 독점 체제가 경쟁 체제로 전환하게 돼 철강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현대INI스틸은 19일 “당진에 연산 7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하고 2007년 연산 350만톤짜리 고로(高爐ㆍ용광로) 1기를 착공해 2010년부터 쇳물을 생산한 뒤 추후 350만톤짜리 1기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NI스틸은 이를 위해 현재 당진공장(옛 한보철강) B지구 인근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와 동곡리 일대 96만평을 송산 지방산업단지로 지정해줄 것을 당진군에 요청했다. 고로 사업이 성공할 경우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일관 제철소’의 꿈이 2대인 정몽구 회장 대에 이뤄지게 된다.
고 정 명예회장은 1970년대부터 ‘철(鐵)에서 차(車)까지’ 이어지는 사업구도를 이루기 위해 수 차례 일관제철소 건설을 시도했으나 정치ㆍ경제적 이유로 번번히 좌절됐다. 고로 사업 진출은 철광석을 녹인 쇳물로 열연(당진공장)과 냉연(현대 하이스코)을 거쳐 자동차 강판 및 부품을 만드는 수직계열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현대ㆍ기아차 입장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고철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전기로 방식으로는 공정상 품질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으나 철광석을 넣고 코크스를 태워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 방식은 다양한 고품질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어 자동차 품질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또 우월적 입장인 포스코의 영향에서도 벗어난다는 의미도 크다.
INI스틸이 본격적인 쇳물 생산을 개시하게 되면 수입에 의존해온 열연강판(핫코일) 등 고급 철강재 수입대체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연간 총 40억 달러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일관제철소 운영을 위해 약 3,800명 가량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며 판재류 생산으로 각 수요업계에 미치는 직간접 생산 유발효과가 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고로 1기 건설에는 2조원이 넘는 엄청난 자금과 전문 기술 및 인력이 필요한데다, 건설 이후에도 가동을 위한 노하우와 철광석 등 기초원자재 조달 방안 등이 뒷받침돼야 해 이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현대차 그룹의 고로 진출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차 그룹이 경쟁 체제로 들어서면 연간 3,000만톤의 조강생산량을 갖고 있는 포스코의 생산전략이나 영업방식 등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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